기선 제압이 중요한 승부였다. 5월 1일 오후 7시 한국기원 1층 바둑TV에서 벌어진 제1회 비씨카드배 결승5번기 1국에서 구리 9단이 조한승 9단이 구리 9단에게 198수만에 흑불계패를 당하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돌을 가린 결과 조한승 9단의 흑번으로 대국이 시작됐다. 팽팽한 기세는 중반 상변 전투에서 구리 9단이 이득을 보면서 국면 주도권을 잡으면서 깨졌다. 특히 중반접어들어 조한승 9단은 100수 가까이 두어질 무렵 이미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간에 쫓긴 반면 구리 9단은 아직 제한시간을 10여분 남겨두고 있는 상황. 이에 조한승 9단은 평소 자신의 부드러운 바둑의 흐름을 잃고 구리 9단의 페이스에 말려들면서 중심을 잃는 듯했다.
구리 9단은 승기를 잡자 두텁고 단단하게 두면서 국면은 조한승 9단이 덤을 내기 어려운 형국으로 흘렀다. 종반 조한승 9단은 평소 유리한 대국에서 안전운행으로 승기를 다져가는 기술이 약하다고 평가 받고 있는 구리 9단의 약점을 노리며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결국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 결국 198수만에 돌을 거두었다.
조한승 9단과 구리 9단의 첫 대결은 2001년 7월 경에 벌어졌던 제4회 비씨카드배 한중신인왕전에서이다. 당시 3번기 대국에서 조한승 9단이 첫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2,3국을 내주면서 결국 역전패 당하며 이들의 악연은 시작됐다. 이후 한중천원전, 도요타배에서 조한승 9단은 구리 9단과 마주칠 때 마다 번번히 패배의 쓴 맛을 마셨다.
이날 대국을 앞두고 구리 9단의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중국은 다음 날 중국기원 위빈 9단 총감독과 체단주보 씨에루이 기자, 구리 9단의 총칭(重慶)친구 등이 응원을 위해 급히 서울로 왔다.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 챔피언십은 3억원의 우승상금이 주어지고 각자 1시간 3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지는 준속기 기전으로 결승5번기를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5천만원.
Q. 첫 대국을 이겼는데 승리 소감은?
-초반 포석이 좋지않았는데 중반, 종반에 상대가 큰 실수를 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Q. 언제 승리를 예감했는가?
-상변 전투에서 흑을 잡고 나서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이세돌의 강함을 부드러움으로 제압한 조한승 9단을 상대로 부드러움에 대한 대비를 했는가?
- 특별하게 준비한 것은 없다. 중반에 승기를 잡지못했으면 아마도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Q. 이번 대국을 두고 심리적인 부담은?
- 큰 부담은 갖지않았다. 그저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해서 둘 뿐이며, 좋은 바둑을 둬야 겠다는 생각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