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강전 최대의 파란 한태희 현장인터뷰

“어, 뭐야? 중계결과가 잘못됐나? 이창호 9단이 졌어?”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이창호 9단의 패전소식이 날아들자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만한 게 한국랭킹 1위 이창호 9단이 한국기원 연구생에게 졌다는 실로 믿기지 않았던 가정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을 상대로 96수만에 승리를 움켜쥔 17살의 한태희 군. 기자들은 부랴부랴 한태희 군을 붙잡고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에 바쁜 모습이다. 대국실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한태희 군의 얼떨떨한 육성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한국랭킹 1위 이창호 9단을 이겼다. 기자들도 엄청 놀랐는데 지금 기분이 어떤가? 소감 한마디 해달라.
아무생각이 없다. 얼떨떨하다. 시간이 지나봐야 내가 이겼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96수만에 바둑이 끝났다. 바둑이 계속 좋았나? 간단한 총평을 해달라.
이 흐름이 계속 유지된다면 덤에 걸린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나마 내가 좋다고 봤지만 이창호 사범님이 돌을 거두시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도 놀랐다.

이창호 9단과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었나? 첫 판부터 엄청난 강자를 만나 부담이 심했을 것 같은데?
아니다. 존경하는 이창호 사범님과 만나게 돼 매우 감사했을 뿐이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한 수 배운다는 맘이었다.

이창호 9단과 복기를 나눴다. 이창호 9단이 어떤 얘기를 하던가?
중앙에서 나빠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간단한 감상만 나눴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부모님이 격려말씀은 안 해주셨는가?
뭐 별다른 말씀은 안하셨다. 다만 며칠 전까지 감기에 걸려서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서 말끔히 나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기원 연구생 1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같이 본선에 오른 나현군은 내신입단이 유망하단 얘기가 있는데 한태희 군은 지금 몇 위에 있는가?
확실히 모르겠다. 10위권에 있긴 한데 내신입단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8강에 들면 자동입단이다. 이창호 9단을 이겼는데 내심 8강 자리도 욕심내볼 수 있지 않은가?
이창호 사범님이 내 상대로 결정됐을 때 다음 판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욕심을 내면 바둑을 그르친다. 상대를 의식하기보다는 최선의 바둑을 두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풍은 어떤가? 이창호 9단과 둔 바둑을 보니 굉장히 차분하단 느낌이 들었다.
뭐라 얘기하긴 힘들다. 무난하게 두면서 전투를 즐기는 정도? (기자: 그럼 장점이 있다면?) 장점은 딱히…. 정상급 프로들의 바둑을 따라하는 정도다(웃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기사가 있는가?
콩지에 9단의 바둑을 좋아한다. 콩지에 9단의 바둑을 놓아보면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느낌이 든다. 배우고 싶은 바둑이다.

저녁때는 뭐할 계획인가? 양천대일도장에서 난리가 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도장에 갈 거다. 난리가 날지는 잘 모르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