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지옥션배는 '역대급'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신사팀이 초반부터 줄곧 앞서가고 중반에 김채영 7단의 5연승 활약으로 숙녀팀이 역전한 상황에서 등판한 신사팀 마무리 투수 조한승 9단. 김채영의 연승을 저지한 데 이어 오유진 9단마저 극적인 역전승으로 누르고 승부를 최종국까지 몰고 갔다.
5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친 제16기 지지옥션배 신사대숙녀 연승대항전 22국에서 조한승은 오유진에게 312수 만에 흑으로 반집승했다. 역전의 역전을 거듭한 역대급 접전이었다.
숙녀팀 '끝판왕' 최정 9단에게 가는 관문은 결코 쉽지 않았다. 조한승은 초반부터 판을 주도하며 중반까지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오유진의 끈질긴 추격에 실착을 범하며 역전을 당했다. 끝내기까지 조한승이 패색이 짙은 상황. 승부는 이때부터였다. 오유진이 끝내기 실수를 범하며 역전을 허용했고, 끝내기가 진행될수록 승부의 저울추는 반집 차이에서 계속 요동쳤다. 양 대국자가 어려운 국면 속에서 실수를 주고 받는 와중에, 양상국 해설위원은 “끝나봐야 승부를 알 수 있다.”고 여러 번 말하며 혼돈의 형세를 대변했다.
결국 승부의 여신은 조한승의 손을 들어줬다. 오유진이 반집승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지지옥션배 최장시간 대국 기록을 경신하는 4시간의 혈전 끝에 조한승이 반집차이로 골인에 성공했다.
조한승은 국후 인터뷰에서 “초반에 잘 풀렸고, 중반에도 잘 풀렸던 것 같지만, 잘 풀린 상황마다 바로 실수하는 바람에 끝낼 기회를 놓친 것 같다. 나중에는 하변에서 크게 수가 나서 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에 운좋게 이긴 것 같다.”고 대국을 총평했다. 이어 “최정 선수는 다른 대회로 바쁘니 내일은 제가 이겨서 최정 선수가 다른 대회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재치있게 최종국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 오유진이 승리에는 반집 모자랐지만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 “중반에는 많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하변에서 크게 수가 나서 기회가 좀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끝내기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는 오유진의 소감.
▲ 오유진은 “최정 선수가 남아있어서 대국할 때 크게 긴장은 안 됐다. 편하게 둘 수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 아쉽긴 한 것 같다. 최정 선수가 오늘 대국을 보고 있었을 것 같은데 빨리 잊고 내일 승부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대국 전 눈을 감고 대국개시를 기다리고 있는 양 대국자.
조한승의 승리로 신사 대 숙녀 스코어는 11-11 동점이 됐다. 숙녀팀 마지막 주자 최정과 조한승이 우승컵을 놓고 격돌하는 23국은 9월6일 오후 7시에 펼쳐진다. 상대전적은 3승2패로 최정이 조한승에게 한발 앞선다.
만 40세 이상(1982년생까지 포함) 남자기사와 여자기사 각 12명이 겨루는 지지옥션배. 그동안 15번의 대결에서는 숙녀 팀이 신사 팀에 9승 6패로 앞서 있다. 신사팀은 2∼3ㆍ5ㆍ7ㆍ10ㆍ13기, 숙녀팀은 1ㆍ4ㆍ6ㆍ8∼9ㆍ11∼12ㆍ14∼15기 대회에서 우승했다.
▣ 각 팀 선수 명단
[신사팀]
조한승/(탈락)박병규ㆍ강지성ㆍ이현욱ㆍ서중휘ㆍ양건ㆍ유창혁ㆍ서무상ㆍ한종진ㆍ안조영ㆍ최명훈ㆍ이창호
[숙녀팀]
최정/(탈락)김은선ㆍ이슬주ㆍ김효영ㆍ송혜령ㆍ조혜연ㆍ김다영ㆍ김윤영ㆍ조승아ㆍ김은지ㆍ김채영ㆍ오유진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제16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의 우승상금은 1억 2000만 원이다. 3연승 시 200만원의 연승상금을 지급하며, 이후 1승당 100만원의 연승상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생각시간으로는 각자 20분에 60초 초읽기 5회를 준다. 본선 모든 경기는 매주 월ㆍ화요일 오후 7시 바둑TV가 생방송하고 사이버오로가 수순중계(대국실)한다.
[그림1] 흑(조한승)이 1로 한칸 뛴 장면. 오유진의 백2가 무리였다. 흑3이 날카로운 카운터다. A와 B자리가 맞보기로 백이 곤란한 상황이다.
[그림2] 백이 1쪽을 이으면 2~4까지 우측 백돌이 모두 잡힌다.
[그림3] 실전에는 백이 1쪽을 이었지만 2~4로 하변이 흑에 크게 들어갔다. A자리의 장문은 B자리가 흑의 선수여서 안된다.
[그림4] 흑이 A로 두었을 때 [그림1] 백2로는 지금 1자리에 뛰어 두었어야 했다. 흑도 2로 손을 돌리면 팽팽한 국면이다.
[그림5] 실전이 진행되어 흑이 우세한 상황. 백이 A로 두었을 때, 흑1이 이 바둑을 졌으면 패착이 될 뻔한 실수였다. 2가 급소 자리이며 흑3도 실착. 11까지 백이 선수로 귀를 차지하고 12를 차지해서는 역전이다.
[그림6] [그림5] 흑1로는 지금 흑1 자리에 두었어야 했다. 백이 2~6으로 흑4점을 잡으면 7을 차지해서 흑이 우세하다.
[그림7] 백도 1로 버텨야 되는데 흑은 계속 팻감을 쓰며 패를 진행하면 된다. (백7-패따냄)
[그림8] 좀 더 실전이 진행된 장면. 백이 미세하게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1이 실착. A자리가 더 컸다.
[그림9] [그림8] 1 대신에 지금 1~5로 뒀으면 백 승리였다. 흑의 A 끝내기에는 백이 B로 막아 패를 할 수 있다. 백이 팻감이 더 많은 상황이다.
[그림10] 백1~3 등의 상변 끝내기가 마지막 패착이다. A로 둬서 흑 한점을 잡았으면 승패를 알 수 없는 국면이었다. 흑이 10에 손이 돌아와서는 미세하나마 흑이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