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신사팀은 강했다.
신사팀이 13기 이후 3년 만에 지지옥션배에서 우승했다.
화룡점정(畫龍點睛)을 한 주인공은 조한승(40) 9단이었다.
6일 서울 마장로 바둑TV스튜디오에서 끝난 제16기 지지옥션배 신사대숙녀 연승대항전 23국에서 신사팀 마지막 선수 조한승은 숙녀팀 마지막 선수 최정(26) 9단에게 231수 만에 흑으로 반집승했다. 이로써 신사팀은 12-11로 우승했다.
이 한판으로 신사팀의 우승이냐 숙녀팀의 우승이냐가 결정되는 것이었기에 두는 이도 보는 이도 한수한수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조한승과 최정은 누구랄 것 없이 매 수 시간을 최대한 사용했다. 누가 이길지를 놓고 쉴새없이 형세판단하던 인공지능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팽팽하다고 이야기했다. 팀의 열망을 어깨에 걸머지고 들려준 신사와 숙녀의 탄주는 아름다운 균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후 7시 시작한 대국은 2시간 56분 만에 끝났다. 조한승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는 듯, 모처럼 안경을 쓴 얼굴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백성호 해설위원은 “이번 기가 역대 가장 박진감 넘쳤던 것 같다.”고 했다.
신사팀이 무서운 기세로 앞섰지만 어느 겨를엔가 숙녀팀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했고 또 그 반대 양상이 되었다. 박병규 9단의 3연승과 서중휘 6단의 4연승 등으로 신사팀은 7-2로 초반부터 앞서갔지만 숙녀팀도 조승아 5단의 3연승과 김채영 7단의 5연승으로 매섭게 쫓아가서 11-9로 역전했다. 사실 종반엔 숙녀팀이 대회 3연패와 동시에 통산 열 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러나 조한승이 분위기를 바꿨다.
와일드카드를 받아 뒤늦게 신사팀에 합류한 조한승은 이번 기가 지지옥션배 데뷔 무대였다. 팀의 막내이면서 가장 어려운 역할을 맡았지만 자신의 임무를 충실하게 해냈다.
지난달 23일 김채영 7단의 6연승을 막아섰고 5일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 오유진 9단에게 반집승했다. 마지막 판에서 승리하면서 3연승,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두번의 반집승은 보는 이의 온몸을 짜릿하게 했다.
조한승은 “처음부터 쉽지 않다고 생각했고 내용도 어려웠는데 운이 따라 우승까지 하게 돼 얼떨떨하다”면서 “신사팀 선수들이 두 번 연속 반집 승부를 마음 졸이면서 보셨을 텐데 이겨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 “(앞으로) 남자기사들은 실력이 약해지고 여자기사들은 세지기 때문에 점점 불리해질 것 같다. 제 생각에는 송아지삼총사가 나올 때쯤 균형이 맞을 것 같다.” (조한승)
▲ “최종국이긴 하지만 상대 조한승 9단이 워낙 강하셔서 부담감은 없었다. 그냥 제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최정)
▲ “(조한승 9단이 어제 인터뷰에서) 저를 쉬게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이건 최종국이라 한 판만 두면 끝나는 것이라서, 기왕이면 제가 이겨서 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이렇게 됐다.” (최정)
우승상금 1억 2000만원은 신사팀에게 돌아갔다. 만 40세 이상(1982년생까지 포함) 남자기사와 여자기사가 12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린 지지옥션배는 우승상금 외에도 연승상금을 보너스로 준다.
3연승 시 200만원의 연승상금이, 이후 1승당 100만원의 연승상금이 추가로 지급된다는 규정에 따라 김채영 7단(5연승), 서중휘 6단(4연승), 조한승ㆍ박병규 9단, 조승아 5단(이상 3연승) 등 5명의 선수가 연승상금을 보너스로 받게 됐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한 제15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은 생각시간으로 각자 20분에 1분 초읽기 5회를 주었으며 본선 모든 경기는 매주 월ㆍ화요일 오후 7시 바둑TV가 생방송했고 사이버오로가 수순중계(오로대국실)했다.
신사팀은 2∼3ㆍ5ㆍ7ㆍ10ㆍ13ㆍ16기, 숙녀팀은 1ㆍ4ㆍ6ㆍ8∼9ㆍ11∼12ㆍ14∼15기 대회에서 우승했다.
▣ 각 팀 선수 명단
[신사팀]
조한승/(탈락)박병규ㆍ강지성ㆍ이현욱ㆍ서중휘ㆍ양건ㆍ유창혁ㆍ서무상ㆍ한종진ㆍ안조영ㆍ최명훈ㆍ이창호
[숙녀팀]
(탈락)김은선ㆍ이슬주ㆍ김효영ㆍ송혜령ㆍ조혜연ㆍ김다영ㆍ김윤영ㆍ조승아ㆍ김은지ㆍ김채영ㆍ오유진ㆍ최정
[그림1] 최정이 둔 백1은 위험했다.
[그림2] 하지만 실전에선 조한승이 손을 돌려 흑1로 붙여가면서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백은 10으로 보강할 기회를 얻었다. 백세모 주변의 위험은 사라졌다.
[그림3] 흑1로 찝는 게 좋은 수. 그런 다음 흑3으로 끊을 수 있다.
[그림4] 백1로 차단해오면 흑2, 4로 두어서 좌변 차단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림5] 백1로 넘어갈 수는 없다. 수순을 따라 흑6까지 백을 잡을 수 있다.
[그림6] 백1이 부분적 최선인데 이후 흑10까지 흑이 상당히 우세한 진행이 된다.
[그림7] AI는 후반 최정에게도 기회는 있었다고 한다. 흑1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이 2로 받으면서 3 자리는 흑이 차지하게 되어 조한승의 우세는 지속됐다.
[그림8] 흑세모 때 백1로 껴붙였다면 역전 무드였다고 한다.
[그림9] 이어지는 수순. 백10까지 흑반집 우세에서 백반집 우세로 바뀔 수 있었던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