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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피' 최호철이 있었다!
송혜령 5연승 막아내며 대역전 불씨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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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둑이 어떻게...말도 안돼!”
여류팀을 응원 온 김여원 선수가 신음처럼 내뱉은 이 한마디가 오늘 대국을 대변한다.
시니어팀의 ‘젊은 피’ 최호철 선수가 다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6월10일 오후7시,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에서 벌어진 제8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연승대항전 6국에서 시니어팀의 다섯 번째 주자로 나선 최호철 선수가 4연승을 내달리던 ‘고2 소녀’ 송혜령 선수를 207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가까스로 막아 세우고 소중한 1승을 올렸다. 시니어팀이 만약 이 판마저 내줬으면 우승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었다.
소녀는 판을 거듭할수록 속도를 내는 폭주기관차였다. 아저씨들로선 연구생 소녀에게 한 판 이기기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우승은 차후 얘기고 일단 불붙은 ‘송혜령의 연승’을 끄는 게 급선무였다. 벼랑에 몰린 시니어팀은 ‘젊은 피’ 최호철 선수에게 명운을 걸 수밖에 없었고, 최호철 선수는 특유의 끈기와 관록으로 ‘특급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여전히 산 넘어 산, 여류팀은 아직 4명이나 건재해 여유가 넘친다. 다음 6월16일 오후7시에 출전할 여류팀의 선수로는 김여원 아마6단이 유력하다.

▲ 연구생 여자 1위의 실력은 과연 대단했다. 지난해 3연승에 이어 또다시 4연승을 기록한 송혜령 선수를 저지하기 위해 시니어팀은 5명의 선수가 달라붙어야 했다.
▼ 흑 최호철 백 송혜령 207수 끝, 흑 불계승
“부담스러워 가지고...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쪽으로선 심적 부담이란 또 하나의 적과 대치해야 한다. 초반부터 최호철 선수는 주도권을 내준 채 끌려다녔고, 수순을 뒤바꾸는 실수를 거푸 저지르며 백96에 이르러선 거의 절망적인 국면에 처했다. 다행이 소녀가 쉽게쉽게 끝낼 기회를 외면하고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바둑은 뒤로 갈수록 엎치락뒤치락 아수라장이 연이어졌다. 이럴 때 노장의 경험과 관록은 빛을 내는 무기가 된다. 게다가 ‘끈기’를 장착한 시니어팀의 가장 젊은 아저씨다.
▼ <1도> 알기 쉽게 뒀으면 그만이었다.
<1도> 흑▲ 두점을 단수치며 백이 빠져나와서는 절망적이다. 흑은 도처가 엷다. 실전에선 백A로 강렬하게 끊어갔는데 그럴 필요까지 없었다. 그냥 백1로 두어 위아래 둘 중 하나만 먹겠다는 태도로 충분했다.
아사직전에 몰렸던 상중앙의 흑대마가 살면서 최호철 선수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상대가 백140으로 움직여 중앙 흑 여섯 점을 욕심내는 과정에서 깨끗하게 외벽을 싸바르며 우하귀 백대마를 잡아버렸다. 송혜령 선수로선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 태운 격으로, 오히려 우하변 백 대마를 통째 내주는 황망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순간에 국면이 뒤집어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끈덕지게 승부수를 연방 던지고 나선 송혜령 선수의 흔들기에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접전이 계속되었고, 가까스로 이길 수 있었다.
아래 <2도>가 문제의 장면이다. 풍전등화마냥 위태롭던 상변 흑대마가 살면서 뭔가 해볼만한 바둑이 되었지만 그래도 백은 즐거움을 누릴 곳이 많다. 우상귀 백A도 있고 백1 이하로 움직인 것도 그중 하나였는데, 여기서 사단이 났다. 흑▲를 먹는 과정에서 흑18까지 완벽하게 싸발렸다. 이 탓에 우하귀 백이 흑20 한방에 절명했다. 살을 취하고 뼈를 내주었다. 흑은 우하귀 집 하나로도 일당백이다. 어디서 잘못 둔 것일까.
▼ <2도> 문제의 장면
<2도>의 수순에서 백9가 불찰이었다. <3도> 백1로 젖혀두었으면 우하귀 백대마가 털도 안 뽑힌 채 절명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 <3도> 정수
이후에도 송혜령 선수에겐 기회가 더 있었지만 초읽기에 몰려 완벽하게 두지 못했다. 누구보다 검토실에서 이 바둑을 지켜보던 여류팀 김여원 선수겸 감독이 무척 안타까워했다.
"이겼었는데 너무 어렵게 뒀다."
그러자 김세현 선수가 약(?) 올리는 말을 덧붙인다.
"아마추어가 다 그런 거지 뭐."
이에 곁의 한종진 프로가 슬며시 한마디 거든다.
"프로 될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그건 프로 된 다음의 얘기이고..."
김세현 선수의 입담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헤매고 있는 팀동료를 보며 "역시 호철이가 대학바둑 출신 중 제일 약한 게 맞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던 김세현이었다. 그런데 다 넘어갔다고 본 바둑을 종반에 뒤집어 놓자 "잘 두네, 지금은 또..."라며 일구이언을 해 한번 더 웃음을 선사했다. 이긴 쪽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 복기 장면. 연일 대국 내내 무표정했던 소녀와 여류팀 감독은 웃었지만 정작 최호철 선수는 웃지 않았다. 시니어팀이 처한 분위기가 그러했음인가.
“뒷심이 정말 세네. 거기에 마지막 초읽기에 몰리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대국장을 빠져나오며 최호철 선수가 용궁 다녀온 표정을 지었다. 가까운 곳에서 바둑TV를 지켜보다 워낙 재미있는 대국이라 현장을 찾았다는 한종진 9단이 한마디 거든다.
“정리가 아직 안돼 가지고...내년엔 더 세질 것이다.”
이로써 아마여류 대 아마시니어 스코어는 4-2. 아저씨들의 반격이냐, 아가씨들이 다음주에 끝내느냐? 16일(월) 오후7시에는 최호철 선수와 김여원 선수의 대국이 이어진다.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대항전의 제한시간은 10분 40초 초읽기 3회이며, 우승 상금은 1000만원이다.
4기 대회부터 프로대회와 병행하기 시작한 아마연승대항전은 4기 시니어 승, 5기와 6기 여류 승, 다시 7기에 시니어가 이겨 2-2로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오로에서는 매주 월, 화 오후7시에 벌어지는 대국 전판을 수순 중계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에서도 '오로바둑'을 통해 실시간 감상할 수 있다.
○● 지지옥션배 아마대항전 출전선수
[시니어팀] : 조민수ㆍ최호철 / [탈락] 김세현ㆍ김희중ㆍ김정우ㆍ심우섭
[여류팀] : 김수영ㆍ김여원ㆍ이유진ㆍ송예슬 / [탈락] 송혜령ㆍ이선아

▲ 검토실에는 시니어팀의 김정우(왼쪽), 김세현(오른쪽) 선수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최호철 선수의 분전을 응원했다. 국후 최호철 선수와 감상을 나누고 있는 모습. 시니어팀으로선 일단 한숨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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