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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2연승 ‘시니어들이여 마음 놓으시라’
아마여류팀 김현아 대마 잡으며 승리, 송예슬 상대로 3연승 도전
 

“행마가 틀어지면 처음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어마어마한 결과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박영진 선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의 동영상 강의에서 청중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28일 저녁 그의 실전에서 이 교훈은 실제로 나타났다.

아마여류팀 3연승의 주인공 송혜령의 행진을 저지하며 소방수 역할을 훌륭히 해낸 다음 박영진이 맞이한 선수는 김현아.

백을 든 박영진은 실리에 초연한 듯이 두터움을 쌓더니 김현아의 중앙 대마를 크게 씌웠다. 우상엔 3ㆍ三이 비어 있는데도 외면하고, 집으로만 따지자면 1집도 아닌 곳을 둔 것이었다. 김현아는 빠르게 그곳 귀를 지켰고 박영진은 대마 공격에 모든 걸 걸었다. 바둑TV 해설의 이민진 7단은 “박영진 선수가 확실히 우세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 박영진(왼쪽)과 김현아.

상대가 숨돌릴 틈을 주지 않고 박영진은 중앙 흑 대마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현아는 이 기세에 당황했는지 행마가 틀어졌다. 쉽게 수습할 수 있는 실전적인 처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안형은 하나씩 사라져갔다. 박영진은 우변 흑 진에 까다로운 응수타진을 하면서 대마 공격에 대한 공작을 했다. 김현아는 아무리 중앙이 위험하다고 해도 우변을 내줄 수는 없어 고심하다가 결국 다 받아주었는데 준비를 다 마친 박영진이 중앙에 폭탄을 투하하자 좌변에서 중앙까지 길게 자란 흑 대마가 몰살했다. 작은 행마의 틀어짐은 대마의 죽음으로 귀결됐다.

28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7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아마대항전 제10국에서 아마시니어팀 박영진이 아마여류팀 김현아에게 158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박영진은 통쾌하게 이겼다. 그러나 위험한 승리였다. 왜 이런 진행을 택했을까. 박영진은 나중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김현아 선수한테는 자신이 없었다. 여자 이창호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끝내기 솜씨가 탁월하다. 3ㆍ三에 쳐들어가면 실리로 제가 유리해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바둑을 ‘잘못’ 배워 놔서 세밀한 플레이로는 아마 여류를 당해낼 수가 없다. 모자 씌워서 크게 노린 것은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민진 7단의 말이 원론적으로 맞지만 저로선 후반을 장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열심히 복기를 하는 박영진과 김현아.

“연승 욕심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둔다”고 박영진은 말하지만 승리는 쌓이고 있고, 그의 활약 덕택에 아마시니어팀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로써 중간스코어는 5-5가 됐다. 아마여류팀에선 송예슬이 등판을 준비한다. 다음 대국은 6월 3일 펼쳐진다. 박영진은 5기 때 선봉으로 나와 송예슬을 꺾은 적 있다.

제7기 여류 대 시니어 아마연승대항전은 각 팀 선수를 작년 8명에서 9명으로 늘렸고, 시니어 나이 자격 기준을 45세 이상에서 40세 이상으로 낮췄다. 그간 아마추어 여류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점을 고려했다. 이번 아마시니어팀은 조민수, 김정우, 장시영 등 전국대회에서 이름을 드날리는 선수들로, 아마여류팀은 랭킹 상위자들과 송예슬, 김여원, 이선아 등 전국체전 지역 대표 출신으로 팀을 꾸렸다.

제한시간은 10분 40초 초읽기 3회. 우승 상금이 1000만원이며 준우승 상금이 300만원이다.


▲“연승 욕심은 없습니다.”

출전 선수 명단 (중간스코어 여류 5-5 시니어)
[시니어팀] : 조민수, 박성균, 김희중, 박영진(2승) / 장시영(1승), 김정우(1승), 김세현(1승), 최호철, 박강수
[여류팀] : 김수영, 이유진, 김여원, 송예슬 / 강다정, 전유진(1승), 이선아(1승), 송혜령(3승), 김현아




▲ “현아야, 이제 보니 키가 무척 크구나 내 옆에 가까이 오지마 나랑 비교 되네, 이거 (시쳇말로) 완전 ‘굴욕’인 걸 ^^”(돌을 가리던 박영진).


▲ 평소 서로를 잘 아는 두 사람.


▲ 김현아는 초반, 제한시간이 10분뿐이라는 것을 잊은 듯 시간을 물쓰듯 썼다.


▲ 미남 기록자 장승리 씨. 연구생 생활을 했고, 지금은 해외 바둑 보급에 뜻이 있어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


▲ 두 팀 모두 연승이 막 터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