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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 눈의 천재소녀, 틈만 나면 대마 사냥
최정 '지지옥션배 8연승'등 솔직 화끈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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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체구. 졸린 듯한 눈. 양순해 보이는 인상. 험악한 승부 세계와는 도무지 맞지 않을 것 같은 이 소녀는 틈만 나면 대마살상전을 벌여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최정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지옥션배에서 연승행진을 시작하면서다.
‘속기의 달인’ 서능욱을 꺾으며 첫 승을 거둔 뒤 5연승이 첫 목표라고 말했던 그는 김종수, 장수영을 물리친 뒤 위기 때마다 불을 끄며 시니어팀을 구하던 ‘올인의 승부사’ 차민수마저 뿌리치며 내달렸다. 드디어 첫 목표가 눈앞에 보이던 순간엔 침착한 기풍의 소유자 김동면의 페이스의 말려 완패 직전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막판 집중력으로 믿기지 않는 승리를 이뤄냈다. 대망의 5연승이었다.
연승은 묘한 것이어서 그 수가 높아질수록 피를 끓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연승을 거듭할수록 기세를 타고 자신감이 붙어 수는 더 잘 보인다.
최정은 한껏 오른 기세를 타고 김동엽, 시니어가 믿는 최후의 3인(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중 한 명인 서봉수까지 무대 밑으로 내려 보냈다. 오규철까지 꺾으면서 8연승. 대회 역대 최다연승이던 6연승 기록을 깼다.
‘대전신사’ 안관욱에 가로막혀 질주를 멈추었지만 이미 바둑가에는 최정 신드롬이 퍼질 대로 퍼졌다. 최정의 대한 평가는 다시 내려지고 있었다. 96년생. 만14세 9개월 우리 나이로 16살이란 나이는 지난 5월 이동훈이 입단하기 전까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 현역 최연소 기록이었다.
입단한 지난해엔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다. 나이가 어리다는 게 그저 하나의 장점이라고 사람들은 여겼다. 그러나 올해 최정은 감춰지지 않는 재능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감각. 탄탄한 수읽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펀치력으로 상대를 힘으로 제압한다. 포석이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될 뿐 형세판단, 끝내기까지 두루 강하다.
그는 여자 상비군이기도 한데 자체 리그전에서 1위를 했다. 7월 22일 현재 24승 10패. 지지옥션배에서 제몫을 톡톡해 해 낸 이후엔 하이원리조트배에서 순항하고 있다.
22일 열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예선3회전에서 최정 초단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대표팀 코치였던 윤성현 9단에게 승리하고 예선 대회장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는 입구 한켠에 우두커니 선 결과표를 보며 여러 기사들의 예선 진출 상황을 확인했다. 그러다가 좌상 쪽을 보더니 씩 웃으며 동료들에게 농담을 건넨다. “이거 잘못 기록된 거 아닐까” 아마추어 황재연이 이세돌을 꺾고 4회전에 오른 것을 보고 한 말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얘긴데, 최정은 생각보다 그리 내성적이거나 수줍어하는 성격은 아닌 듯하다. 최정 초단은 여자 기사보단 남자 기사들과 잘 어울려 지내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타입이다. 하고 싶은 말은 굳이 여과하지 않고 다 말하는 솔직하고 담박한 스타일에 가깝다. 최정과 한 인터뷰는 그래서 더 유쾌했던 것 같다.
한달 만에 바둑에 싫증 나다
최정은 7살에 바둑을 시작했다. 인터넷 바둑 2단 수준인 아버지는 딸과 친구처럼 지내길 원해 부녀간에 바둑을 두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머니는 바둑을 잘 몰랐지만 딸이 뭐 하나 배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에 마침 ‘굿모닝바둑교실’이란 곳이 있었다.
한달쯤 바둑교실을 다니던 최정은 어느 날 어머니에게 다니기 싫다고 털어놓았다.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게 이유였다. 최정의 부모는 뭘 하든 1년도 안 해보고 그만 두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딸을 설득했다. 온순하고 나이에 비해 논리적이었던 딸은 부모의 생각을 받아들여 싫지만 계속 바둑을 배우기로 했다.
“오늘날의 최정을 볼 수 없을 뻔했다.”(기자)
“온순했다. 한데 논리적이진 않았다^^”
바둑을 배운 지 5개월이 흐르면서 꼬마 최정은 바둑교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버지는 바람대로 딸과 바둑으로 친해졌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수와 하수의 입장이 역전됐다. 부모의 입가엔 기특함이 실렸다.
광주엔 어린이 대회가 여럿 있었다. 바둑을 배운 지 1년을 전후해 최정은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면서 바둑에 흥미를 붙였다.
9살이던 2학년 겨울방학 때 상경했다. 유창혁 바둑도장으로 옮겼다. 최규병과 유창혁이 운영하던 유창혁 바둑도장은 당시 마포 부근에 있었다. 최정의 서울 생활은 이렇게 시작됐다. 어머니와 오빠가 함께 생활했다. 아버지는 일터 관계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도장으로 옮겼다는 것은 취미 수준의 바둑 공부에서 본격적으로 프로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다는 것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최정은 스스로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보진 않았다. 아버지가 “서울에 갈래?”라고 물었을 때 최정은 잠시 생각하다 “네”라고 대답했다.
어린 최정에게 프로기사라는 직업은 막연했다. 서울에 가겠다는 대답은 장래직업으로 프로기사를 선택하겠다는 뜻보다는 부모님도 좋아하고 자신도 좋아하는 바둑을 계속할 수 있는 것에, 그리고 주위에서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에 부응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냥 학교만 다니는 주위의 또래들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건데 주저함 없었나?”
“그냥 … 별생각 없었다.”
“장래에 대한 결정, 어린 나이에 버거웠던 것인가?”
“그랬을 수 있다."
"프로기사를 지망하면서 꼭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입단대회에 나가면서도 그랬나?"
"중학교 1학년이 되어 입단대회에서 떨어졌을 땐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다."
"그 이전, 입단대회에서 떨어졌을 땐?"
"울지 않았다. 더 어릴 땐 떨어져도 당연할 정도로 약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결국 프로기사가 됐고 팬들의 관심도 받게 됐다."
"프로기사가 되길 잘했다. 후회하지 않는다."
당찬 소녀 도장 시절
최정은 도장 첫날 프로가 될 만한 재능을 보기 위한 테스트를 받았다. 최정은 비슷한 또래 도장생들과 대국했는데 전승했다. 그래서 나이가 있는 도장생들까지 동원됐다. 키가 작은 꼬마 소녀를 도장생들은 신기하게 바라봤다.
최정은 도장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사범 최규병과 유창혁은 최정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다른 도장생들에겐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최정을 보라”며 더 분발할 것을 촉구했다.
도장에서 사범의 지도란 연구생들끼리 혹은 도장생들끼리 둔 바둑을 복기하고 주위를 다른 학생들이 빙 둘러서 같이 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보통 대국한 당사자는 조용히 지적 사항을 듣는다.
특히 유창혁은 호랑이 사범으로 통한다. 칭찬은커녕 눈물 쏙 빠지게 잘못된 곳을 다 말해버린다. 최정은 유창혁에게 이 검토 수업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그런데 최정은 유독 질문이 많았다. 질문은, 연구생 상위조를 제외하곤 잘 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닐까봐 또는 많은 고수들 앞에서 … 란 생각에선지 주저들 했다.
그런데 최정은 개의치 않고 뭐든지 질문했다. 엉뚱한 수도, 기발한 착상도 가리지 않았다. 최정의 질문은 예리한 데가 있었다. 어떤 질문이든 '강수지향적'이라는 것은 공통된 특징이었다. 호랑이 유창혁은 이런 최정의 깊이 있는 질문에 “오, 똘똘해요” 라며 유머스런 말투로 칭찬해 주었다.
최정은 남학생들과 스스럼 없이 축구하러 다녔다. 스포츠는 가리지 않고 즐긴다. 보는 것보단 직접 하는 것을 즐긴다.
"축구 하면 자신의 팀에 도움이 되었나 아니면 민폐가 되었나? ^^"
"나름 괜찮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하"
"스포츠 말고도 다른 방면으로 취미가 있나?"
"어린 시절부터 책을 미친 듯이 읽었다. 초등학생 때는 하루 두 권 정도.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사다 주셨다. 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앉을 자리가 없으면 열차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프로기사가 된 이후엔 드라마에 맛 들이는 바람에 독서량이 줄었다 ^^ 어머니께 많이 혼난다. (인상 깊게 본 책은?) <해리포터>와 <다빈치코드>다."
10살이던 3학년 때 여자 연구생에 들어간 최정은 약 1년간 연구생 생활을 하다가 한동안 쉬고 나서 13살에 다시 연구생에 들어갔다. 프로 수업을 받는 나날, 최정은 행복했다.
"바둑 공부가 힘들었던 적도 있었을 텐데 … "
"지겨울 때도 있었다. 사실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프로지망생에게 공부라면 사활문제 풀기나 기보공부 아닌가?"
"사활문제 풀기도 공부였나? 후훗. 사활은 정말 엄청 많이 풀었다. 그래서 수읽기라면 자신 있다."
"그럼 기보는?"
"난, 기보를 정말 잘 안 보는 편이다."
"그래도 괜찮나?"
" 헤헤 "
"초반에 약점이 있다는데 이제 이유를 알 것 같다? (농담 반)"
"하하하, 좀 자세히 말하자면 난 기보 공부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보통 기보를 본다고 하면 다음 수를 예측해 본다든지 하는 걸 텐데, 그게 의미가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집중도 안 된다."
"인상 깊게 본 기보를 물어보려고 했더니 안 되겠다 ^^"
"미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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