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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신영은 왜 복기를 안했나
 

▲ 여류 김신영(왼쪽)과 시니어 조민수의 대국.
어제 열린 지지옥션배는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6연승을 거둔 아마여류 김신영이 마지막 남은 아마시니어 조민수를 꺾고 여류팀에 우승마저 안기느냐 아니면 아마시니어 측의 대반격이냐가 결정되는 대국이었다. 당연히 바둑가의 시선이 몰렸다.

결과는 조민수의 압승.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시니어팀이 극적으로 반격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룬 것이다. 검토실에서는 시니어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류 대 시니어의 대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그런데 대국 다음 날 온라인 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이 같은 내용과는 별개의 주제로 댓글이 폭증했다. 국후 보인 김신영의 태도를 두고서다. 바둑TV를 통해 마지막 장면을 본 팬들은 ‘시니어 조민수가 복기를 계속하고자 했으나 김신영이 돌을 황급히 쓸어 담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는 내용을 전했고, ‘보는 사람도 민망하더라’는 논지의 댓글이 그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아버지뻘’인 기사에 대한 예의를 보이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프로기사로 대성하려면 마음 수양도 해야 한다’는 식의 질책이 주를 이뤘다. 승부욕이 강한 것까지는 좋으나 너무 심했고,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글이 많았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대부분 댓글이 지적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검토실에서 대국이 벌어진 스튜디오까지는 어느 정도 이동 시간이 걸리고 기자들이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는 앞의 일은 모두 종료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화면으로 전해진 내용이 전부이고 사실이라면 김신영은 지탄을 받을 만할 것이다. 복기를 안해서가 아니다. 복기를 하고 싶어하는 대선배의 요청을 차갑게 뿌리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로 지목되는 장면은 크게 두 개다. 조민수가 승부처에 관한 몇 마디 건네는 장면 그리고 김신영이 돌을 황급히 쓸어 담고 나가는 뒷모습을 조민수가 당황스럽게 쳐다보는 장면이다.

하지만 기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석연치 않아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그리고 당사자인 김신영의 말을 토대로 어제 상황을 재현해 봤다. 단지 바둑 팬들에게 정확한 정황을 전하기 위함이다. 카메라 각도나 컷 구성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다. 또 시청자는 카메라 바깥을 볼 수 없다.

사실 돌을 먼저 거둔 쪽은 조민수다. 조민수는 승부처에 관해 몇 마디 했고 몸살로 거의 실신지경인 채 패국을 맞은 김신영은 바둑판을 응시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수는 이어, “수고했어”고 말한 뒤 돌을 거뒀다. 김신영도 거의 동시에 돌을 거뒀다(바둑TV측 VCR확인 결과). 김신영은 TV바둑에서 복기를 방송 분량의 일부분으로 내보내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복기에 응하려 했으나 상대로부터 복기 종료 제의를 들은 셈이어서 돌을 거둔 것이다.

김신영은 서둘러 일어섰다. 보통 스튜디오 대국에서는 복기가 끝나면 곧 바로 승자인터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연출을 준비하는 스텝을 위해 패자로서 자리를 비켜주려는 것이었다. 사실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김신영은 당연히 승자인터뷰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김신영은 직후 화장실에 들어가 실컷 울었다. 바둑이 끝났을 때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조민수는 검토실로 내려와 축하를 받으며 “자가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 모양이여”라며 걱정해 주었다.

김신영은 “아침에 댓글들을 보며 힘들었지만 그동안 보내준 바둑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민수는 “끝날 때까지 열심히 두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