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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두 번 울린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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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9단은 바둑황제 조훈현 9단에게 3번을 겨뤄 3번 다 이기고 있다. 승부를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놀랍다. 그 마지막 승리는 4기를 맞은 지지옥션배 최종국에서 얻은 것이다. 주장전이었고 그 판으로 여류 팀의 우승이냐, 시니어 팀의 우승이냐가 판가름 나는, 그야말로 살 떨리는 대국이었는데, 박 9단은 여기서 승리를 하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결정적일 때 잘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들 한다. '바둑여왕' 박지은 9단은 정말 결정적일 때 잘 해줬다.
이번 지지옥션배는 한 편의 무협 영화 같았다. 2007년 대회 창설 직전에도 예상 평은 시니어가 여류를 압도적으로 누를 거라는 게 대세였다. 그런데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때도 박지은 9단이 마지막 주자로 조훈현 9단을 눌렀다. 그 이후 2기와 3기는 내리 여류 팀이 졌다. 그런 이유로 1기 때는 역시 여류 팀은 운이 좋았었나 보다 하는 기류가 흘렀다.
여류 팀은 4기를 맞아 설욕 하고 싶은 의욕이 강하게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초반부터 여류 대 시니어 대결은 불꽃을 튀기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계속 했다. 그러더니 박지연 2단이 4연승을, 이슬아 초단이 3연승을 거두며 여류 팀의 확실한 우세를 이끌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김윤영 2단이 사석으로 상대의 옥집을 메우는 사건이 발생했고 갑자기 시니어팀의 대 추격전이 벌어졌다. 결국 마지막 두 기사 박지은 9단과 조훈현 9단만을 남긴 것이었다.
1기를 재현하듯 거짓말 같이 두 기사가 다시 만났다. 그리고 박지은 9단은 다시 승리를 거둔다.
2010년 10월 22일 전신과 여왕이 벌였던 혈전, 그 치열했던 순간 순간을 박지은 9단의 자전해설로 감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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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 최종국
○: 박지은 9단
●: 조훈현 9단
장소: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
날짜: 2010년 10월 22일
결과: 335수 백4집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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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도1 (갈라진 백, 수습책은?)
조훈현 9단이 흑▲에 붙였다. 초반부터 몸싸움을 벌이자고 한다.
서로 간 전투형 포진이다. 초반, 격렬한 전투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곳은 우상 방면. 여기서 '전신' 조훈현 9단의 강력한 기대기 공격이 시작된다.
상변 백에 대한 압박과 더불어 우변 백진에 침입을 노린다. 여기서 백이 평소처럼 대응했다간 박지은 9단은 조훈현 9단의 페이스에 말릴 공산이 크다.
백은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참고도1 (백, 중앙 두터움)
백1로 들여다 보는 게 긴요한 수. 흑은 2로 이을 수밖에 없다. 그때 좀 과격하지만 백3으로 부딪쳐 7까지 관통하는 것이 좋다. 흑도 8로 계속 고개를 내미는 정도이겠다.
그러면 백은 선수를 잡아 9로 우변을 지킨다. 이랬으면 중앙 백도 두텁고 해서 실전보다 나은 진행이 되었을 것이다.
실전진행1
백1처럼 젖히는 것은 일감. 백1의 젖힘은 일감. 그러면 흑은 2로 누른다. 백은 3 정도가 행마법인데, 흑은 4로 끊어 간다. 백5로 같이 단수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전도 이렇게 진행되어 이하 백25까지 되었다.
이 변화는 우변에서 백이 저위에 치우치게 되어 흑이 다소 좋아 보인다.
장면도2 (흑의 중앙처리는?)
어느덧 중반. 중앙은 혼전 양상을 띤다. 흑은 좌변에서 중앙까지의 무리가 잘 수습되어야 한다. 백도 흑을 편안하게 놔 둘 리가 없다. 조훈현 9단이 흑▲에 붙여 왔고 백은 강력하게 ○로 젖혔다.
흑의 대비책은 무엇일까?
참고도1 (어려운 바둑)
일단 흑1로 무조건 끊을 자리였다. 백2로 늘면, 흑3으로 치받고 백4로 받을 때 흑5로 치받아 흑 백 서로 수습하는 모습이다. 이런 진행이면 서로 어려운 바둑이 되었을 것이다. 실전은 이렇게 되지 않았다.
실전진행2 (흑, 패착)
흑이 선택한 수는 흑1. 박지은 9단은 흑1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백은 2, 4로 중앙 백 넉점을 버리고 나서 백6으로 침입하는 작전이 빛났다.
백8, 10에 이르러 흑의 좌변 넉점을 포획한 게 컸다. 이후 백20까지의 진행을 보면 백이 유리한 것을 알 수 있다.
바둑 여왕은 여기서 기분 좋은 형세를 맞이했다.
장면도3 (백, 상변에서 이득 볼 수 있는 수는?)
그러나, 아직 반상은 넓다. 흑이 □로 지키면서 기회를 노린다. 백으로선 지금이 기회. 상변에서 이득을 볼 수 있는 수순이 있다.
무엇일까?
참고도1 (백, 선수로 흑 4점 잡는다)
백1, 흑2로 교환한 후 백3으로 입구자 두는 수가 좋은 수이다. 흑4로 두어 귀를 살아야 하는데 이하 흑12까지 흑 넉점을 선수로 잡을 수 있다. 그렇게 하고 나서 A로 두었으면 백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실전진행3 (좌하귀 처리)
백1로 두고 이하 백5까지 좌하귀 백돌을 살아두었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장면도4 (숨은 패를 찾아서..)
흑이 둘 차례다. 흑이 불리한 형세 속에 좌변 흑 넉점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패가 숨어있다. 패를 만드는 수순은?
실전진행4 (백, 패 해소)
흑1이 좋은 수로 흑9까지 패가 된다. 팻감을 쓰며 서로 패를 이기려고 했지만 이하 백54까지 백이 패를 해소해서는 백이 조금 두터운 바둑이 되었다.
참고도1 (백, 죽음)
흑1로 끼우고 흑3,5로 젖히고 호구 치게 되면 흑17까지 백이 죽게 된다. 백이 6으로 호구치지 않고 A로 단수치는 것은 흑 B에 두어 패로 버틸까봐 백6으로 둔 것이다.
만약 흑B로 두어 패로 두지 않고 흑 C로 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장면도3-참고도2에서..
참고도2 (흑, 죽음)
백6으로 단수 칠 때 흑7로 그냥 잇는 것은 이하 백16까지 흑이 죽게 된다.
335수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승리의 여신은 박지은 9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1기 대회에 이어 이번 4기에도 조훈현 9단을 꺾으며 여류팀에게 우승컵을 안겨주며 여류팀의 주장 역할을 톡톡해 해냈다. 또 박지은 9단은 조훈현 9단과의 통산전적에서도 3전 전승 기록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총보
이로써 4기 대회까지 여류팀과 시니어팀 양 팀 모두 사이좋게 2번을 이겨 2대 2 스코어로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다음 5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에서는 어느 팀이 우승을 가져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필자의 부탁에 바쁜 시간을 내어 직접 자전해설을 해준 박지은 9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필자 소개 : 연구생 출신 법학도 신은지
'은지'라 쓰고 마지막에 힘을 줘 ‘은쥐’ 라고 읽어야 한다. (재)한국기원 여자 연구생 출신, 연구생을 나온 후, 뜻한 바 있어 대학입학시 법학을 택했으나 바둑보다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 사실은 어떤 분야도 그리 만만하진 않다 - 한국 바둑계의 주요행사에서 기록, 진행 등, 직접 두는 것 빼고는 다하고 있다. 빼어난 바둑실력과 꼼꼼한 일처리를 통해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어, 이것저것 점점 더 많이 맡고 있다. 글쓰기는 바둑 인생을 시작한 이래 최초이며, 사이버오로를 통해 공식적인 ‘데뷔의 펜’을 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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