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당박(?) 박지은이 간다!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박지은 인터뷰]일당백, 아니 '일당박' 박지은 5단이 3연승을 향한 첫 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1월 18일 중국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에서 벌어진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본선 12국에서 한국팀 주장 박지은 5단이 중국 3장 쉬잉 5단을 물리치고 짜릿한 첫승을 올렸다. 개인전으로 벌어진 제2회 정관장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박지은 5단은 큰 승부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쉬잉 5단의 3연승을 저지하며 불리한 바둑을 역전승으로 이끌어 냈다.

국후, 얼굴에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박지은 5단을 검토실에서 만나 보았다.



정말 짜릿짜릿했다. 역전승을 거뒀는데, 오늘 바둑 어땠는가?
- 초반에는 흐름이 괜찮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하귀에서 백이 당하면서 바둑이 나빠졌다. 이후 중앙 백 대마가 몰리면서 바둑이 어려워졌는데 쉬잉 5단이 무리하게 잡으려 하다가 역전됐다. 운이 좋았다.

언제 이겼다고 생각했나?
- 중앙 백 대마가 살았을 때 이겼다고 생각했다. 백108이 너무 나빴다. 우하귀에서 당한 데다 선수까지 빼앗겼으니... 사실, 쉬잉 5단이 백 대마를 잡겠다는 생각을 안하고 쉽게 쉽게 두었더라면 내가 이기기 어려운 바둑이었다. 흑143이 최후의 패착이다. 그냥 빠졌으면 아마도 내가 이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쉬잉 5단에 대해서 준비를 많이 했나?
- 여기 와서 몸살이 나서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도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나아졌다. 어제는 약을 먹고 일찍 잤다. 자다가 깨서 두게 바둑이 걱정돼 기보를 놓아 보았다. (기자 : 주로 어떤 기보를 봤나요?) 올때 한국연감을 가지고 와서 최신 기보 위주로 보았고, 쉬잉 5단의 기보는 없어서 보지 못했다.

쉬잉 5단과 두어보니 어떤가?
- 예전에 만났을 때 비교적 쉽게 이겼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했다. 그냥 열심히 두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내가 너무 이상하게 둬서 질뻔했다. 어려웠다.

한국팀의 마지막 선수로서 부담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 부담같은 것은 생각 안했고, 편한 마음으로 두려고 노력했다. 이곳에 올때 부모님께서 져도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아파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다행히 잠을 많이 잔 덕분에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대표팀 중 혼자 상하이에 왔는데 외롭진 않나?
- 바둑은 원래 혼자 두는 거다. 외롭지는 않다.

이제, 중국의 장쉔 8단과 루이나이웨이 9단 두명의 기사가 남아 있다. 내일 누가 나왔으면 좋겠는가?
- 두 분 중 누가 나오든 상관없다.

아무래도 루이 9단이 주장으로 맨 나중에 나올 것 같다. 그러면 내일은 장쉔 8단이 나올 텐데 어떤가?
- 장쉔 8단과는 동방항공배와 호작배에서 만난 것 같다. 주로 속기전에서 만났던 것 같다. 예전에는 속기를 잘 두는 편이었는데, 요즘들어 (나의)실수가 많아졌다.

만에 하나 바둑을 졌더라면 지금 기분이 어떨 것 같나?
- 졌다면 많이 괴로웠을 것 같다.

첫 대국을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부담도 한층 덜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내일 각오는?
- 오늘 이겨서 일단 기분 좋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안 좋았다. 초반에 판을 잘 짜려고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고 두터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바둑을 엷게 둔 것 같다. 내일은 좀더 안전하게 두고 싶다.



* 박지은 5단 대 장쉔 8단의 상대전적(2000년 이후) - 박지은 2승1패로 리드

2002.02.01 제1회 호작배 준결승전 316수, 흑불계승 - 박지은 승
2000.08.19 제1회 동방항공배 예선 152수, 백불계승 - 박지은 승
2000.04.24 제1회 타이리터배 예선 121수, 흑불계승 - 장쉔 승



▲ 취재열기로 뜨거운 대국현장. 쉬잉 5단이 박지은 5단에게 패하자, 중국 기자들이 일제히 쉬잉 5단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다. 승자인 박지은 5단의 인터뷰는 이후에 이루어졌다.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3국, 박지은 5단 대 장쉔 8단(예정) 대국은 사이버오로와 정관장배 홈페이지(무료)를 통해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이경민  (smilekm@cyber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