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은, '루이 사범님 만나고 싶었어요'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제13국]

결코 쉽지않은 코스였다. 코너에 몰려있던 한국의 박지은 5단이 중국의 강호 쉬잉 5단과 장쉔 8단을 연거푸 꺾고 최종전까지 오기까지는.

1월 19일, 중국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에서 벌어진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한국의 주장 박지은 5단이 장쉔 8단을 꺾고 루이 9단과의 최종전을 향해 전진했다.

'일당박' 박지은 5단을 대국이 끝난 직후, 검토실에서 만나 보았다.



오늘 장쉔 8단과의 바둑은 어땠나?(백:박지은 5단, 흑:장쉔 8단)
- 백26으로 민수가 완착으로 흑이 두터워졌다. 흑93이 완착으로 백96으로 씌우서는 백이 기분 좋았다. 그 뒤로 하중앙에서 백이 무리하게 둬서 바둑이 팽팽해졌는데, 중앙에서 흑이 너무 손해를 많이 보고 타개가 되어서 백이 좋아졌다. 이때 이미 승부가 결정됐다.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쉬잉 5단에 이어 장쉔 8단까지 꺾고 원하던 최종국까지 오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그리고 부담이 많이 되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
- (이겨서) 다행이다 휴~! 부담감을 가지면 바둑이 안 풀릴까봐 일부러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승부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다. 그냥 열심히 둬야겠다고만 생각했다.

첫날(11국)보다 오늘은 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아팠었는데, 몸은 괜찮은가?
- 대국 첫날(11국)에는 몸살 때문에 몸이 좀 아팠는데, 오늘은 다행히 괜찮았다.

장쉔 8단과 둘때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었나?
- (잠시 생각하다가) 한가지 이상한게 있었다. 바둑이 분명 내가 좋다고 생각되는데, 장쉔 8단의 표정이 너무나 당연한 듯(자기가 좋다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박지은 5단이 바둑둘 때의 모습을 보면, 착점을 한 뒤 눈을 치켜뜨며 상대 얼굴을 슬쩍 쳐다볼 때가 많다. 습관인지, 일부러 상대의 표정을 읽기위해 그러는 것인지 궁금하다.
- 습관이다. 바둑 둘때는 전혀 모른다. 바둑을 다 두고난 후에도 상대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내가 많이 쳐다보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긴장하거나 하면 상대를 쳐다보는 것 같다.

이번부터 연승전 방식으로 바뀐 정관장배에서 연승상금이 없는 것이 좀 아쉽지 않나?
- 이기고 보니까 좀 아쉽다. 하하하. 연승상금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지은 5단은 큰 승부에 참 강하다. 국내기전에서 다소 부진한 듯 하다가도 큰 승부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비결이 뭔가?

- 하하하. 무슨 폭발적인 힘? 운이 좋은 것 같다. (옆에서 박지은 5단을 바라보던 단장 조영숙 3단은 '어제 쉬잉 5단을 이기면서 행운의 여신이 지은이 뒤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마디.) (대답을 피해가려는 박지은 5단에게 답변을 해달라는 요청에 한참을 곰곰히 생각하더니) 예전부터 그런 경향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강자한테는 강하고, 또 약자한테는 약한 면이 좀 있었다. 완벽하지 못한 것인가? (기자 :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글쎄, 하하하.

내일 루이나이웨이 9단과 대망의 정관장배 우승컵을 놓고 최종국을 벌이게 된다. 어느쪽에 부가 더 있다고 생각하는가?
- 수를 더 잘 보는 사람한테 있는 것 아닐까?

그럼, 누가 수를 더 잘 본다고 생각하는지.
- 에고~ 모르겠다. 어렵다. (박지은 5단 왈, 그런 질문은 제발 하지 마세요^^)

루이나이웨이 9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 바둑을 참 사랑하시는 분이다. 보면, 항상 바둑공부를 하고 계신다. 언제나 바둑과 함께하는 분이시다.

바로 내일(20일) 중국팀 주장인 루이나이웨이 9단과 운명의 한판승부를 벌이게 된다. 어떻게 예상하는지.
- 어려운 승부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속기전이기 때문에 실수가 많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시간 관리를 잘 해야할 것 같다.

내일 흑,백 중 어떤 돌을 쥐고 싶다?
- 음, 백이였으면 좋겠다. 루이 사범님이 흑번일때 더 잘두시긴 하지만, 흑을 쥐면 바둑을 리드해야 부담이 좀 있다.

루이나이웨이 9단과는 대국을 많이 벌였는데, 통산전적이 4승9패로 박지은 5단이 밀린다. 하지만, 가장 마지막 승부였던 제2회 정관장배 준결승에서는 루이 9단을 누르고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내일 전략이 있다면?

- 일단 초반을 잘 둬야한다. 실리를 많이 챙겨놓고 둘 생각이다. 예전에 루이 9단과 10번기를 두면서 내 기풍이 좀 바뀐 것 같다. (기자: 기풍이 어떻게 변했나요?) 예전에는 무작정 싸움만 하는, 그리고 싸움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실리에 많이 민감한 스타일로 바뀌었고 두텁게 두려고 하는 편이다.

이경민  (smilekm@cyber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