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최종국]대회 규정(국적별 참가)에 따라 중국팀에 합류한 루이나이웨이 9단. 1월 20일, 제3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최종국에서 루이 9단이 박지은 5단을 상대로 204수끝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루이나이웨이 9단을 따로 만나 보았다.

박지은 5단과의 최종전은 어땠나?
- 초반 흐름은 나쁘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패가 생겨서 괴로웠다. 박지은 5단이 실수를 안했으면 이길 수 없는 바둑이었다. 제한시간이 한시간 밖에 없어서 판단도 잘 서지 않았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었다. 운이 좋아 이긴 것 같다.
오늘 박지은 5단이 실수를 해서 돌을 던졌는데, 실수없이 일반적으로 두었더라면 바둑이 어땠는가?
- 계가바둑인데, 덤이 전혀 안나왔다. 좀전에 장주주 9단과의 전화통화에서도 '백이 약간 좋은 것 아니냐'라고 했다. 큰 차이는 아닌데, 올바르게 두었더라면 백이 약간 이기는 바둑 같다.
그런데, 중국 검토실에서는 루이 9단(흑)이 확실히 이기는 바둑이라는 진단을 내렸었는데...
- 그런가? 초반은 흑이 집이 없어서 나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상귀 전투에서 흑이 다소 풀렸는데, 중앙 패싸움을 잘 못했다. 그 뒤로 초읽기에 몰려서 계가가 잘 안되었다. 박지은 5단이 실수를 하기 전만해도 흑이 어려운 바둑이었다.
만일, 서로 실착없이 계가로 끝까지 갔으면 결과가 어떨 것이라고 생각했나?
- 반면으로 흑이 약간 좋은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계가가 잘 안되었다. 바둑은 흑이 확실히 어려운 바둑이었다.
그런데, 생중계에 올라온 한국 검토실의 의견은 백이 약간이라도 유리한 반집승부라는 의견이 나왔다.
- 어, 정말인가? 아니다 백이 그 이상 이긴 바둑이다... 글쎄, 모르겠다. 다시 연구를 해봐야겠다.
평소 장주주 9단이 함께 동행해서 루이 9단을 응원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남편 장9단이 상하이에 오지를 못했다. 외롭진 않는지.
- 호호. 물론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천원전 예선이 있어서 이곳에 오지 못했다. 어제 장쉔 8단이 졌을때 갑자기 장주주 9단에게 전화하고 싶었다. 어제 오후 저녁 식사전에 전화를 하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공항에 가서 이곳으로 오라'고 하고 싶었는데, 예선에서 이기는 바람에(김주호 4단 격침) 오라고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만약에 그 예선을 졌더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오세요'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이, 남편 장주주 9단으로부터 핸드폰이 울렸다. 2분여간 통화.
장주주 9단이 뭐라고 축하해줬나?
- 그런거 없다. 호호. 그냥 바둑이 백이 좋았다고 말하면서 계속 바둑에 대한 얘기만 나눴다.
중국에 우승을 안겼는데, 우승 소감은?
- 계속 바둑이 어려워서 괴로웠는데, 박지은 5단이 갑자기 실수를 해서 이기게 됐다. 계속 긴장이 되었었는데, 결과를 확인하고 긴장감이 풀어졌다. 단체전이기 때문에 소속팀이 우승을 하게 되어서 기쁘지만, 지은이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우승으로 중국 바둑계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면?
- 중국에서는 여자대회를 일반 남자 대회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좀 아쉽다. 사회적으로 여자바둑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루이 9단이 소속한 중국팀이 승리하면서 세계 여자바둑계의 판도도 바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모르겠다. 한국의 지은이나 혜연이가 쎄기 때문에 (아직) 한국이 쎄다.
한중일 국가대항전이었던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중국이 결론적으로 여자바둑 최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셈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좀전에 화이강 선생님도 이런 질문을 받았는데, 한국이 더 쎄다고 말했다. 이번에 예꾸이 5단과 쉬잉 5단이 잘 둬서 충분히 싸울 수 있었지만, 미래를 생각했을 때 한국이 더 쎄다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도 더 쎌지 모르겠다.
한국은 조혜연 5단, 박지은 5단 뒤로 돋보이는 성적을 내는 신예기사가 아직 많지는 않다. 중국의 형편은 어떤지?
- 이번에 중국5장으로 나온 차오청 초단(화쉐밍 격침)도 잘 두고, 이외 몇명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잘은 모르겠다. 한국 신예여자기사들과는 많이는 둬보지 못했지만, 이다혜, 김세실 등도 잘 두고 김은선도 잘 둔다. 그중에 혜연이와 지연이는 더 특별하다.
사실 일본과 한국이 코너에 몰리면서 중국이 유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쉬잉 5단과 장쉔 8단이 박지은 5단의 발목에 걸려 승리가 좌절된 뒤 최종전까지 왔을 때는 루이 9단도 다소 부담이 되었을 것 같다. 어땠나?
- 그렇다. 당연히 부담이 됐다. (내가) 안 두었으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집이 중국 상하이에 있는데, 부모님께 '장쉔 8단이 지면 집에가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장쉔 8단이 이겨서 중국이 우승을 하면 이곳 호텔에서 다같이 회식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장쉔 8단이 져서 약속대로 부모님 집에 갔었는데, '아!' 하고 놀래시더라. 장쉔 8단이 이긴 줄 알고 그만 밥을 준비하지 않았 것이다.^^
(다시한번) 박지은 5단이 2연승의 기세를 타고 최종국에 진출하면서 루이 9단과 격돌하게 되었을때 부담이 되진 않았나?
- 물론 있긴 있었는데, 바둑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부담을 느끼면 승부에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바둑을 둘 때는 오로지 바둑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만일 조혜연 5단이 한국팀으로 출전했더라면 어땠을 것 같나?
- (뜸들이지 않고) 중국우승 어려워요! 아마도 조혜연 5단이 나왔으면 중국이 우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루이,장주주 9단은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중국쪽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아마도 계속 이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나중에 생각할 것이다.
루이 9단이 한국에서 활동을 하면서 한국여자바둑이 더욱 강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 원래 혜연이나 지은이는 기재가 출중한 강자들이고, 한국바둑의 환경도 좋기 때문에 항상 발전한다. 그것보다 한국에 6년 가까이 있는 시간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행복한 날들이었다. 바둑을 둘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기사, 한국기원, 그리고 한국의 바둑팬들에게 감사하다.
예꾸이 5단(5연승)과 쉬잉 5단(2연승) 등이 이렇게 잘 두리라고 생각했었나?
- 연승전 방식에서는 잘 두면 계속 이길 수 있는 것 아닌가.
중국이 세계대회에서 아쉽게도 계속 준우승에 머무르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 실력상으로는 서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보니 제 성적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루이 9단에게 있어서 바둑은 어떤 존재인가?
- (어떤말을 해야하나 곰곰히 생각하다가) 인생과도 같은 존재다. 늘 함께하는... 바둑을 빼면 내 생활에 아무것도 없다. (갑자기) 아, 있다! 장주주!(장 9단은 루이 9단의 남편) 호호호. 다시 태어나더라도 프로기사가 될 것이다.
이경민 (smilekm@cyberor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