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배] |  | | ▲ 승자와 패자. 왼쪽 이하진 3단, 오른쪽 이지현 4단 | | 박지은, 이하진, 김미리, 문도원, 박지연까지!
제9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의 한국대표가 모두 확정됐다.
한국 여류 기사들이 다른 건 포기해도 이것만은 포기하지 못한다. 바로 정관장배다. 11월 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제9회 정관장배 예선결승 3판이 나란히 열렸다.
여류기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한판, 모든 대국자들이 나름의 운기조식을 끝내고 대국장에 들어온 터라 세판의 결승대국은 모두 신중했고, 주어진 제한시간을 모두 사용하고 초읽기까지 몰린 끝에 대부분 비슷한 시간에 끝났다. 패자는 아쉬워 했으며 승자는 담담했다.
문도원 2단은 하호정 3단을 이겨 정관장배 대표티켓을 손에 쥐었다. 문 2단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인 이슬아 초단을 2회전서 탈락시킨바 있다. 대전서 올라온 이하진 3단은 이지현 4단을 이겼다. 최선을 다한 박빙의 승부라 이지현 4단의 아쉬움도 따라서 컸다. 김미리는 김혜림을 이겼다. 김혜림은 이민진을 탈락시켜 눈길을 끌었지만 막판 김미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 09년 바둑리그서 박정환을 이겨 화제가 됐던 김미리, 정관장배로 돌아왔다
이로서 3일 예선결승을 통과한 박지연(91년생)을 포함, 이하진(88년생), 김미리(91년생), 문도원(91년생)이 예선결승 통과해 제9회 정관장배 한국대표로 확정됐다. 박지은 9단(83년생)은 대회 와일드카드로 예선없이 대표로 확정됐다.
눈에 보이는 대표팀의 특징은 두가지다. 첫째는 젊어졌다는 것. 박지은 9단이 가장 나이 많은(?) 왕언니로 중심을 잡고, 91년생 트리오에 88년생 이하진이 가운데에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작은 이변에 가깝다. 이번 정관장배 경쟁에서 2010 아시안게임 대표선수가 예선통과에 한 명도 끼지 못한 점이다. 물론 이하진을 제외하면 나머지 4인이 실질적으로는 국가 바둑 상비군 훈련을 받았던 공통점이 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류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된 것.
아시안게임 바둑대표팀 양재호 감독은 "국가 상비군 훈련을 받은 여류기사들이 전반적인 실력이 이미 상당히 강해졌다. 이제 실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아시안게임이 얼마남지 않은 상태에서의 국가대표선수들이 받은 패점이라 사기에 영향을 끼칠까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 문도원, 예선에서 국가대표인 이슬아를 이겼다.
정관장배 대표로 선발된 이하진 3단을 만나봤다. 이하진 3단은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1학년에 재학중이며 바둑보다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한 올해는 시합에 출전치 않고 기권한 판이 많았고,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살면서 바둑의 승부에선 멀어졌다. 그 결과는 '7승 14패'의 전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약간 늦은 나이에 '학업과 바둑'을 병행하는 케이스로 국가상비군 훈련을 받지 않은 유일한 정관장배 대표가 됐다.
- 오늘 바둑은?
"팽팽했다. 중반이후 바둑이 엷어 이지현 4단에게 밀렸다. 비록 이겼지만 상대인 이지현 4단이 많이 아쉬웠을 것이다."
- 소감은? 올해 성적중에 가장 큰 성과일 것 같다.
"글쎄, 다른 대표들이 재앙(?!)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번 년도에는 학기중에는 수업이나 시험때문에, 방학중에는 해외보급으로 바빠 공식대국에서 기권패도 많았다. 이번 정관장배는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 예선이 열려 집중할 수 있었다. 기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다"
- 전에 루이 9단과 타이틀을 겨루기도 하지 않았나?
"2009년이다. 제14기 가그린배 여류국수전 결승이었는데 2-0으로 루이 9단에게 졌다. 내 실력이 못 미친다고 봤고 승부에서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다. 전 부터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이 패배를 기점으로 학업을 결심했다."
◀ 이하진 3단, 대전으로 가기전, 한국기원 검토실에서
- 나름 성과를 내던 프로기사인데, 부모님의 반대가 있지 않았나?
"처음엔 반대하셨다. 그러나 입학한 대학 수준에 부모님도 만족하셨다."
- 그 대학엔 외국인 학생이 많고, 한국인 학생이 적다고 들었다. 그리고 입학시험부터 학교내 모든 수업이 영어로만 이뤄지는데, 언제 그리 영어를 잘하게됐나?
"2006년에 유럽으로 바둑보급투어(한국대사배)를 가게 됐는데 언어가 안돼서 서러웠다. 그때부터 공부를 하게 됐고, 하다보니 대학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기사란 배경이 어느때는 대학입학에 마이너스가 됐다. 어느 국내대학에선 교수님들이 '어려서부터 바둑만 한 사람이 공부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하며 입학에 부정적인 눈치였다. 솔브릿지에선 외국인 교수님들과 영어면접을 보고 영어로 에세이를 써 토플 증명과 함께 제출했다. 솔브릿지의 교수들은 내가 프로기사인 것을 면접에서 듣자 특이하다며 매우 흥미있어 했다. 또 학교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매우 좋다고도 했다. "
- 앞서도 루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도 한국여류기사에게 루이는 거대한 벽인가? 루이 9단이 정관장배 중국 대표로 나온다면 한국기사들이 어떨 것 같은가?
"음? (과거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물론 현재도 여류 정상권인 것은 맞지만 다른 여류프로들보다 확실한 위라고 보긴 힘들다. 최근엔 더욱 그렇다. 많이 비슷해졌다. 박지연도 매우 강하고, 박지은 9단은 예전부터 루이 9단에게 강한 면모가 있다. 문도원과 김미리도 성적을 낼 만하다 "
▶ 김혜림, 최근 박지연, 박지은, 이민진 등 국내 정상급 여류기사들에게 연이은 승리를 거둬 주목받았다. 정관장배 예선결승서는 김미리에게 패배
- 학업이 중요한데, 만약 학업일정과 정관장배 출전시기가 겹쳐 난처한 경우가 생기면 어쩌나?
"교수님과 잘 이야기를 할 거다. 출전한다. 시험기간과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다른 언어도 배우는 게 있나?
"제2외국어를 필수로 배워야 한다. 중국어를 배우고 있고, 스페인어도 배우고 있다."
- 정관장배에서의 목표는? 그리고 앞으로 학업을 마친 후의 목표는?
"1승 이상을 거두는 것이다. 학업을 마치고는 한국 바둑계를 위해서 일하고 싶다. 바둑과 관련한 일에서 전공을 살리고 싶다. "
한국인삼공사가 후원하는 정관장배는 한,중,일 삼국의 대표 여자기사 5명이 출전해 연승전형식으로 우승을 다툰다. 참가자격은 기원소속이 아닌 '국적'이다. 한국은 지난 8기에서 박지은 9단의 기적같은 4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정관장배의 우승상금은 7500만원. 3연승부터는 연승상품을 별도로 지급한다(3연승 地蔘 20支 2세트, 4연승 地蔘 20支 4세트, 5연승 地蔘 20支 6세트, 6연승 地蔘 20支 8세트).
최병준 (contents@cyber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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