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알파고의 약점은~”
[이세돌 VS 알파고]알파고는 완벽한가?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에게 3-0 완승을 거뒀다. 3월9일, 10일,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세돌 vs 알파고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펼쳐졌다. 이세돌 9단은 3번 모두 불계패했다.

이세돌 9단은 “한판만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게 가능할지도 이젠 의문이다. 시리즈를 결정짓는 마지막 대국이었던 3국을 대비하기 위해 이세돌은 동료·후배 기사들과 연구하며 패와 난전을 고려했고 이를 실전에서 시도해 봤다.

통하지 않았다.

알파고는 난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고 패에 정확했다. 이세돌은 3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4, 5국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번 이세돌 vs 알파고 맞대결은 우승이 결정되더라도 5판을 모두 치르기로 되어 있었다. 이세돌은 시리즈는 졌지만 알파고를 꼭 꺾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오기가 충분히 발동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아 온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번번이 완패했다.

왜 졌는지 분석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알파고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조차 “알파고가 딥러닝으로 전략을 발견해 내지만 그것은 알파고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기에 내가 설명할 수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녕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일까. 이는 이세돌뿐 아니라 모든 프로기사들이 알고 싶어하는 주제가 됐다.

박영훈 9단이 떠올랐다.

그를 달리 부를 때 ‘신산(神算)’이라 한다. 귀신 같은 계산력으로 반집을 정확하게 맞힌다. 한국랭킹 3위. 현존 최고의 형세판단력을 자랑하는 기사다.

그에게 물어봤다.


▲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나지 이세돌(오른쪽) 주위로 동료 선 후배 프로기사들이 몰려들어 같이 복기했다.

-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인가?
“3판을 거치면서도 알파고의 약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 그래도 3국은 이세돌 9단의 장기를 살려 원없이 싸웠지 않나?
“좌상 방면에서 벌어진 첫 싸움에서 망했다. 그런 뒤 우변에서 알파고의 눈목자에 붙이는 착각수를 범하면서 사실상 바둑은 이길 길이 사라졌다.”

- 1~3국 중 3국이 그래도 뭔가를 알아볼 만한 단서가 있는 내용이지 않았을까?
“3국에서 이세돌 9단이 망한 정도는 1국에서보다 더하다. 1국은 초반에 망하고서 그래도 조금의 희망이라도 가질 만했지만 3국은 중반에 이르러 전혀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알파고의 약점을 알기 어렵다. 알파고가 그 이후 해 본 것은 승리를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세돌 9단이 어떻게 둬 오나를 관찰한 것뿐이다.”

- 힘이 장사인 이세돌 9단이 전투에서 망하는 이유가 뭔가?
“알파고가 자체로 전투력이 막강하다. 싸움으로써 제압할 수 없을 것 같다.”

- 2국 초반엔 알파고에게서 이상감각으로 보이는 수도 나왔다.
“알파고가 둔 수들이 익숙하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못 보던 것들이니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일리있는 수들이었다.”

- 그럼 알파고와 맞설 수 있는 기사는 누구인가?
“없다. 이세돌 9단이 아니라 다른 어떤 프로기사가 와도 안 된다. 중국 최강 커제 9단도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

- 왜 그런가?
“약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포석 능력, 행마, 감각, 수읽기, 형세판단, 끝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강하다.”

- 만약 박영훈 9단이 맞서야 한다면 어떤 전략으로 임하겠는가?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알파고에게서 약점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세돌 9단은 남은 4국과 5국을 어떻게 치러야 할까.
“그저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좋겠다. 약점을 발견할 수 있으면 행운이다. 그럼 그 약점을 다른 기사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섯 판은 상대의 약점을 알아내기엔 너무 적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지 않을까?
“알파고에게 약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약점으로 의심되는 구석은 있다.”

- 뭔가?
“우선 패에 대한 파악이 끝나지 않았다. 3국에 와서야 패가 등장했는데 이미 이세돌 9단이 망한 이후에 등장한 거라서 알파고는 승부와 무관하다고 판단하고 패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패를 운용하는 능력은 완벽했다. 패를 하다 말고 상변 148에 둔 것도 좋은 수였다. 마치 패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듯이 움직이지만 막상 패를 걸어야 하고 따내야 할 결정적인 시기에는 과단성이 있었다. 그런데도 의심스러운 것은 이 패가 알파고가 아주 우세한 가운데 벌어진 것이기에 만약 승부처에서도 그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기 때문에 패의 변수에 너무 기대해선 안 될 것 같긴 하다.

또 하나, 알파고는 자신이 우세해졌을 때 너무 방심하는 듯한 물러나는 수를 둔다. 원래 방심하면 차이가 좁혀지고 승부는 변할 수 있는 법이다. 알파고는 그 완급조절이 완벽할까?”


▲ (이세돌) "4, 5국을 지켜봐 달라"


- 또 다른 의문이 있다. 알파고처럼 인공신경망이 결합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을 주력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은 동시에 여러 군데, 이를 테면 좌변 우변 중앙 우상 등에서 복잡하게 얽히는 전투가 나오면 프로그램의 수읽기가 급격히 약해지는 취약점을 보인다고 개발자들이 지적해 왔다.

개발자들은 그런 프로그램들을 이기고 싶다면 여러 군데 전투를 동시에 엮는 전투를 하라고 사람들에게 조언하기까지 한다. 알파고는 심층신경망이 함께하니까 많이 개선이 되었을 테지만 막상 궁금하긴 하다.

“그렇다. 그것도 해보지 않은 시도다. 3국도 초반에 난전이 등장하긴 하지만 여러 개의 돌이 이곳저곳에서 얽힌 것은 아니었다. 한 전투가 일단락되고 다음 전투로 이어지고 또 일단락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치르는 전투도 해볼 만하다.”

-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동료가 될 수 있을까?
“물론이다. 환영한다. 알파고의 사고 방식은 정말 참신하다.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친구다.”

[PHOTO | 구글 딥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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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