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같아서는 모두 우승하고 싶다!
명인전 우승한 이세돌 9단 인터뷰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결승3국]

명인에 등극한 걸 축하한다. 소감 한 마디 한다면?

뭐라 말하겠는가. 굉장히 좋을 뿐이다. 3:0으로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용상으로는 3:0으로 졌어도 할 말이 없는 바둑이었다.

결승3국 내용을 짤막하게 총평한다면?

초반 출발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중반에 조한승 9단이 느슨하게 두는 바람에 잘 어울리는 바둑이 되었고 중요한 길목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나와 어렵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바둑은 아니었다고 본다. 운이 좋았을 따름이다.

우승상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 어디에 쓸 것인지 생각해 봤는지?

기전을 우승하면 단골로 듣는 질문이다. 뭐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자신이 우승할지 못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 일단 우승했으니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지난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도 그렇고 이번 농심배 예선에서도 조한승 9단에게 발목을 붙잡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명인전 결승에서는 주변의 예상을 깨버리고 3:0의 스코어로 완승을 거뒀다. 그동안 조한승 9단의 약점에 대해 연구를 했었나? 이제는 조한승 9단에게 자신감이 붙은 것인지?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명인전 결승은 내가 3:0으로 졌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조한승 9단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여전히 까다롭다.

본선대국과 결승국까지 명인전 대국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대국은 어떤 것인가?

결승1국이다. 중반 내내 형세가 워낙 좋지 못해서 몇 수 더 두다가 던져볼 요량이었는데 조한승 9단이 갑자기 큰 실수를 해줘 대역전승을 거뒀다. 거저 얻은 승리라고 해야 하나(웃음)?

국내 최대 기전인 명인을 획득했는데 다른 기전 중 꼭 우승해보고 싶은 기전은 어느 것이 있는가? 애착이 가는 기전이 있다면?

일단 명인전은 국내 최고의 우승상금이어서 시작 전부터 욕심이 났었다. 명인전을 우승했으니 자연스레 국수전으로 눈길이 간다. 국수전은 ‘국수’라는 칭호 때문이라도 꼭 한 번은 차지해 보고 싶은 기전이다. GS칼텍스배는 박영훈 9단이 도전자로 올라와 만만치 않은 대결이 될 것 같다. 첫 도전기인 만큼 꼭 방어하겠다는 애착도 강하다. 욕심이 많다(웃음).

LG배와 삼성화재배도 남아있는데 세계기전도 욕심나진 않는지?

욕심 같아서는 두 기전 모두 결승에 올라가고 싶다.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겠는가? 일단 목표는 결승 진출이다.

중국리그에서 3연승중이다. 국내외 기전 일정도 바쁜데 중국리그는 크게 부담되진 않는지 모르겠다. 중국리그 참여는 체력적으로 크게 문제되진 않는가?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또 참가할 것인가?

지금 귀주팀이 상위권에 랭크돼있기 때문에 무척 기분이 좋다. 중국리그 참가 자체가 내 자신에게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본다. 아직 공식적으로 재계약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또 참가할 것이다.

과거 인터뷰에서 씨에허 6단이 부담스럽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지? 국내외에서 가장 껄끄럽게 느끼는 기사들이 있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를 손꼽고 싶은지 궁금하다.

씨에허 6단은 여전히 껄끄럽다. 내가 초반포석이 워낙 약해서 항상 주도권을 놓치고 시작한다. 초반 포석을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문제다.

그리고 누구를 꼭 집어서 껄끄러운 상대라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전히 모두가 어려운 상대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팬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는 맘이다. 팬들의 응원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앞으로 꾸준한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고 명인전을 후원해주신 강원랜드와 한국일보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