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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현은 안성준 꺾고 4강에 올라
- 박창명 초단이 전에 ‘책을 읽으면 바둑에 대한 안목이 넓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 그중에서도 인문학 고전을 읽어야 한다.”
- 지금도 가방에 책이 있겠다?
“아, 이 책은 비밀인데, 딱 들켰네…^^ (주섬주섬)”
한국물가정보배 결선8강전을 치르러 한국기원으로 오던 박창명과 나눈 대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책이 바둑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 걸까, 사실은 잘 믿어지지 않는 까닭에 물어봤다.
박창명은,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눈을 비비게 하는 깜짝 놀랄 수를 들고 나와서는 엄청난 강자에게 척척 이기곤 한다. 27일 박창명은 또 한 번 사건을 저지른다.
▲ 한국물가정보배 결선 대국을 위해 한국기원으로 오던 박창명. 박창명의 가방 속에서 나온 책은 바로 이것.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인문학 고전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 한다.
저녁 7시부터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0기 한국물가정보배 원성진 9단과의 결선8강전에서 192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박창명은 초반부터 고전했고 중반엔 거의 사경을 헤맸다. 돌을 거둘 수순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기를 계속하다 원성진의 실수를 보더니 엄청난 역공을 펼쳤고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올해 1월 스무 살 넘어 늦깎이로 입단했다. 공식대국 판수가 적어 아직 랭킹도 산정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삼성화재배 예선에선 중국의 떠오르는 신예 커제를 꺾었고(커제는 그 판을 지고 울었다), 한국물가정보배에선 4강까지 올라 갔다.
▲ 박창명의 대마가 몰리던 장면. 백세모로 잇자 원성진(흑)이 1로 단수쳤다. 뭔가 개운하게 해결하려 한 모양이지만, 박창명이 백2로 막자 중앙에 막강한 두터움이 생기고 A에 끊기는 수가 사라졌다. 이 순간 형세는 180도 뒤바뀌었다.
▲ 원성진(왼쪽)과 박창명이 돌을 가렸다.
▲ 그러고 나서 자리를 바꿨다.
▲ 박창명의 착수.
▲ 해군 원성진은 제대를 약 5개월 앞두고 있다.
▲ 아주 우세했던 바둑이 역전되어 후반엔 고전했던 원성진의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었다.
한편 밤 9시부터는 나현 4단과 안성준 5단의 결선8강전이 열렸다. 심상치 않은 대국이었다. 두 사람은 얼마 전 농심신라면배 선발 결승에서도 만났다. 안성준이 이기면서 대표가 됐고, 나현은 난생처음 농심신라면배 대표가 될 기회를 놓쳤다. 그러고 나서 주요 길목에서 다시 만난 것.
결선8강전은 나현이 줄곧 우세했다. 나현은 쉽게 마무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느 틈에 안성준이 성큼 쫓아와 있었고 그런 뒤엔 소리 없이 역전됐다. 그렇게 안성준이 다시 한 번 나현에게 아픔을 주는가 하던 순간, 나현이 자신의 전공과목인 끝내기에서 절묘하게 재역전하며 4강에 올랐다(244수 흑반집승).
제10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선 모든 대국은 사이버오로대국실에서 볼 수 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에서 '오로바둑'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물가정보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는 한국물가정보배는 2006년 창설됐다. 이번 10기는 김성진, 진시영, 박창명, 원성진, 박시열, 서봉수, 한웅규, 나현, 신민준, 조한승 10명의 예선통과자와 전기시드 3명(박정환ㆍ김승재ㆍ안성준), 후원사 시드 3명(이창호ㆍ이세돌ㆍ최철한) 등 16명이 4개 조에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대결했다.
결선은 8강토너먼트. 결승은 3번기로 열린다. (사)한국물가정보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는 제10기 한국물가정보배의 우승상금은 4,000만원, 제한시간은 각자 10분에 40초 3회의 초읽기로 진행한다.
▲ 나현은 농심신라면배 선발전 결승에선 안성준에게 졌지만 한국물가정보배에서 되갚았다.
▲ 안성준은 농신신라면배에 이어 한국물가정보배에서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나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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