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편의 인물은 언제나 그렇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웃을 때는 그렇게 맑다가도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중해지는 사람. 그는 늘 그렇게 싸우듯 전투적으로 바둑을 두었다. 때때로 그는 상대가 아닌 바둑 자체와 싸움을 벌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재웅은 지나치게 꼭 조인 셔츠를 입은 느낌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욕구불만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단 한번 만났지만, 그때의 느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이세돌. 그와 마주하면 자꾸만 이쪽이 작아지고 만다. 나만의 느낌이 아니라고 주문처럼 되뇌어 보지만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두어 갈 뿐이다.
〈실전〉의 2로 뛴 것이 이상했다. 돌연변이 감각이다. 백3으로 붙이자 당장 흑2의 모자람이 뼈대를 드러낸다. 본래 우하는 흑의 구역이었으나 백7까지 되고 보니 집의 소유권이 모조리 백에게 이전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흑이 외곽에 얻은 세력은 괜찮은가?
‘당했군. 백9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것은 송곳이다. 흑의 거죽을 단숨에 뚫어버리는 날카로운 송곳.’
흑2는 〈복기1〉의 흑1로 백을 갈라놓고 두는 것이 일반적인 감각이다. 과거의 정석이기도 하다.
〈실전〉의 백11까지 백이 성공을 거뒀다. 이렇게 되어서는 바둑은 일찌감치 이세돌의 분위기로 흐름을 타게 됐다.
백13이 절묘한 응수타진이다. 흑14는 어쩔 수 없다. 〈복기2〉의 흑1로 두면 백은 2로 하나 뛰어 놓은 뒤 4로 다가선다. 백은 거의 연결을 하면서 집도 얻게 된다. 물론 흑이 이렇게 해놓고 싸울 수도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이다.
〈실전〉의 2로 뛴 것이 이상했다. 돌연변이 감각이다. 백3으로 붙이자 당장 흑2의 모자람이 뼈대를 드러낸다. 본래 우하는 흑의 구역이었으나 백7까지 되고 보니 집의 소유권이 모조리 백에게 이전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흑이 외곽에 얻은 세력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