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귀 백●는 불리한 백의 승부수다. 이곳에서 어떻게든 최후의 승부처를 구해 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때로는 마음을 비운 승부수 하나가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흑1의 비틀린 행마가 이재웅의 앞길을 예고하는 어두운 복선이 됐다.
흑3으로 빵따냄을 했지만 주변 정세상 제대로 된 위력을 얻긴 어렵다. 물론 귀는 백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
〈복기1〉 흑1로 우직하게 잇고 보는 것이 어땠을까. 이렇게 두어 놓고 9까지면 비록 귀는 백에게 양보하겠지만 외곽의 흑은 그야말로 ‘초두’(매우 두텁다는 프로의 은어)가 된다.
흑7은 집으로 손해. 그러나 흑11을 내다본 투자다. 하지만 읽기가 세밀하지 못했다. 〈복기1〉 흑1로 늘어 백2와 교환한 뒤 흑3으로 갔어야 했다. 이후는 실전의 변화와 같지만 1과 2의 교환이 있으면 흑13으로 젖힐 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수상전. 기쁘게도 흑이 한수 빠르다.
이재웅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이 교환이 없어 실전은 젖히지 못하고 21로 끊고 말았다. 백22까지 흑이 뭔가 한 것 같지만 우상귀 흑7로 본 손해가 워낙 큰 데다 백22 이후의 수순도 좋지 않아 오히려 전체적인 장사는 적자가 나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은 흑이 남는 바둑이다.’
이재웅이 입술을 비틀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제부터는 상대가 아닌 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바둑이다.
〈복기1〉 흑1로 우직하게 잇고 보는 것이 어땠을까. 이렇게 두어 놓고 9까지면 비록 귀는 백에게 양보하겠지만 외곽의 흑은 그야말로 ‘초두’(매우 두텁다는 프로의 은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