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1까지 흑이 손해를 봤지만 아직은 흑이 남는 바둑이다. 그러나 이재웅의 운도 여기까지였을까. 흑6이 뼈저린 실수가 되고 말았다. 이른바 최후의 패착이다.
“역시 〈복기1〉의 흑1로 나와야 했지?”
바둑이 끝나자마자 이세돌이 말했다. 오른 팔꿈치를 탁자 위에 대고, 손목을 꺾어 턱밑에 괸 채 그는 눈을 들어 이재웅을 보았다. 이재웅은 고개를 숙이고 바둑판 위에 시선을 두었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백4로 잇게 한 뒤 흑은 5로 하나 들여다보아 백6을 강요한다. 그리고 흑7로 유유히 나가면 그만이다.
“이것이었다면 대차가 나는 바둑이었겠지. 양쪽 백이 모두 못 살아 있거든. 둘 중 하나는 걸려들었을 거야.”
이세돌의 말이 이재웅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의 말이 옳은 것이다. 〈복기1〉이었으면 흑이 이겼을 터이다. 승자는 자신이었을 것이란 말이다!
〈실전〉은 흑이 중앙의 백을 쫓을 수는 있으나 우변 백은 더 이상 공격할 수 없게 돼 버렸다. 단곤마를 추격하는 일은 양곤마에 비해 두배 이상 어렵다. 가능성은 그 이상 희박하다.
흑10은 선수라고 보고 찝은 것인데 귀의 사활에 다소 착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백17·19가 좋은 감각이다. 이세돌의 돌에 슬슬 화색이 돌고 있다. 승리의 향기에 코가 벌름인다.
흑26은 어쩔 수 없다.
‘마음 같아서는 〈복기2〉의 흑1로 좌상귀의 백을 잡으러 가고 싶다. 하지만….’
내내 기회를 엿보고 있었건만 백23이 놓인 지금에 와서는 늦었다. 좌상귀의 결과는 패. 그러나 흑은 이 패를 함부로 할 수 없다. 백△가 와 있어 a와 b, 맞보기에 걸리고 마는 것이다.
바둑은 이래서 역전이다. 잠시 후 이재웅은 돌을 거뒀다. 돌풍은 여기까지. 복기를 하던 이재웅이 문득 눈을 들어 이세돌을 마주보았다. 어쩐지 이제는 그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패배의 대가치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웅이 웃었다. 192수 끝, 백 불계승.
〈실전〉은 흑이 중앙의 백을 쫓을 수는 있으나 우변 백은 더 이상 공격할 수 없게 돼 버렸다. 단곤마를 추격하는 일은 양곤마에 비해 두배 이상 어렵다. 가능성은 그 이상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