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면 상궤를 따르라! (목진석 9단 vs 강동윤 4단)

○목진석 9단vs ● 강동윤 4단 흑1로 우상귀를 굳혔다. 흑도 백도 큰 모양을 얻었다. “흑은 어떤 바둑인고?” 스승이 물으니 제자가 답했다. “실리에 매우 민감한 바둑인 줄 아옵니다.” “옳거니! 그래서 백2로 젖힌 게로구나.” 〈실전〉의 백2는 〈복기1〉의 1로 끊어 두는 수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것은 흑6까지 상변의 집을 고스란히 흑에게 넘겨주게 된다. 백4는 모양의 급소. 그러나 어쩐지 지금은 별 게 없어 보인다. 왠지 무리의 맛이 혀 끝에 감돈다. 딱히 그렇다는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둑은 상궤를 벗어나면 아니 되느니….” 스승이 혀를 찼다. “바둑은 또한 승부가 아니겠습니까? 상궤를 벗어나 이길 수 있다면 이를 따르는 것 또한 기리가 아닐는지요.” “네놈은 모르는구나. 상궤를 벗어나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상궤를 따르는 것임을.” 제자는 반상으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스승의 말은 묘했다. 옳은 것 같으면서도 때때로 궤변의 그림자가 깃든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으나 담아두면 언젠가는 뚫릴 날이 있으리라. 스승은 항시 ‘만사는 때가 차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어허! 백18이 심하구나. 어이해 이리 화를 냈을꼬?” 스승의 이맛살이 좁아졌다. 이 한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제자는 마치 자신이 백18을 두기라도 한 양 부끄러워졌다. 스승은 앙상한 손으로 〈복기2〉의 백1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이면 그만이었다. 흑에게는 끊는 수단이 없지. 이제 백의 무리가 낳은 결과를 보거라.” 과연 흑이 21로 움직이니 백이 괴롭다. “백은 이 흑을 핍박할 법이 없느니라.” 〈김영삼 7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