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백의 실착으로 바둑은 흑이 좋다.
“바둑은 곧 인생이옵니까?”
제자가 문득 물었다. 스승은 한동안 제자를 바라보더니 빙긋 웃음을 지었다.
“누가 그러더냐?”
“세상 사람들이 흔히 그리 말하지 않습니까?”
“네 생각은 어떠냐?”
제자는 잠시 생각했다.
“바둑이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고?”
제자는 또다시 생각하더니 굳은 입매로 말했다.
“잘못 두어진 바둑을 쓸어버리고 다시 두듯, 인생 또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옳거니!”
스승이 기분 좋다는 듯 헐헐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나 바둑은 바둑일 뿐이다.”
〈실전〉의 흑2가 너무도 아쉽다. 〈복기1〉의 1로 나가 3으로 끊었으면 쉽게 바둑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이런 쉬운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급할수록 그러하다. 세상에는 뛰지 말고 걸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앞만이 전부가 아니다. 옆과 뒤를 보기 위해서는, 천천히 걸을 줄 알아야 한다. 휘파람을 불 줄 알아야 한다.
흑10으로 붙인 것도 문제. 〈복기2〉의 1로 끊어야 한다. 부분적으로는 흑 두점이 잡혀 손해지만 지금은 집 차이가 워낙 큰 상황인 만큼 이렇게 알기 쉽게 처리하는 것이 요령이다.
“흑의 실수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자가 말했다.
“승리가 보이기 때문이니라. 이기고 싶다면 때로는 눈을 질끈 감을 줄 알아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 천하에 무적이리니….”
“어찌 그리 생각하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