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무엇인가! (목진석 9단 vs 강동윤 4단)

○목진석 9단vs ● 강동윤 4단 흑의 실수가 줄을 잇고 있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다. 백은 노련하다. 그 빈틈을 독사의 눈을 한 채 응시하고 있다. 단 한번의 기회! 그는 그것을 노리고 있다. “바다 건너 사람들은 바둑을 도(道)라 하옵니다.” 제자가 다시 말했다. “옳은 얘기다. 바둑은 도를 이루기 위한 수행법이기도 하다.” “대륙에서는 바둑을 체육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도 옳다. 몸과 마음은 뗄 수 없는 것. 바둑은 엄연히 마음을 쓰는 체육이니라.” “이도 저도 아닌 이들은 바둑을 한낱 놀이로 치부하기도 합니다.” 스승이 빙그레 웃었다. “옳다. 기실 바둑만한 놀이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냐. 그 속에는 무궁무진한 재미가 있다. 재미가 없다면, 반반한 나무판 위에 먹줄을 긋고 검고 흰 돌을 수십 수백 개씩 올려놓는 일이 그처럼 오랜 세월 동안 반복돼 올 수 있었겠느냐? 바둑은 세상 최고의 놀이니라.” 제자가 불만스럽다는 듯 물었다. “스승께서는 바둑이 무어라 보십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이 나이 먹도록 나도 그것을 잘 모르겠구나….” 〈실전〉의 흑7이 또 실수다. 〈복기〉의 흑1로 두어 백2와 교환한 뒤 3으로 두었어야 했다. 흑은 아마도 하변 흑의 수상전을 우려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닌 것이다. 백8로 웅크리니 하변의 백에게 삶이 보장됐다. 이렇게 되면 흑도 눈물을 머금고 살아야 한다. 그래도 바둑은 흑이 좋다. 지금까지 벌어놓은 재산이 아직 광을 채우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가는 법. 〈김영삼 7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