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은 ‘이창호 해법’을 어슴푸레하게나마 알고 있는 천하에 몇 안되는 인물 중 한명일 것이다. 그와 비슷한 수준의 깨달음을 얻은 자라면 이세돌이 있을 것이요, 수행의 길은 다르지만 박영훈 역시 나름의 경지에 올라 있는 듯 보인다.
최철한의 해법은 ‘가공할 독수의 무차별 연발’이다. 그야말로 돌부처의 금강불괴지신을 녹일 만한 지독한 독이다. 오늘 바둑 역시 전투가 발발하면서 최철한다운 독수들이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 흑4의 껴붙임 역시 독수!
백7로 두점머리에 붙인 수는 궁여지책이다. 이것이 싫다고 〈복기1〉의 백1로 포위망을 느슨하게 하면 이번에는 흑에게 2로 건너붙이는 수를 내주게 된다. 백3으로 끊어도 흑8까지 백이 안된다.
‘〈복기2〉의 백3도 안된다. 흑4가 있기 때문. a와 b가 맞보기에 걸리게 된다.’
이창호의 눈가에 보일 듯 말 듯 주름 하나가 잡혔다. 바둑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습관이다. 아마 자신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진짜 습관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백11로 끊었다. 〈실전〉은 더 이상의 수순을 보여 주고 있지 않지만 이후 커다란 바꿔치기가 일어나게 된다. 흑은 우변 백을 취하고, 백은 우상에서 흑 석점을 잡게 된다. 하지만 그 결과는 흑의 대성공이다. 우상귀의 흑 석점은 푸성귀에 가깝지만, 우변의 백은 요석의 진수성찬이다. 사실상 바둑은 이쯤에서 막을 내렸어야 했다. 백돌의 주인이 이창호라는 사실만 잊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조기 종영할 만한 바둑이었던 것이다.
‘1막이 끝났을 뿐이다. 이제 곧 2막이 시작된다.’
위기와 절정, 그리고 관객의 머릿속을 텅 비게 만드는 반전은 2막에 감추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복선의 치밀한 안배가 있었을 뿐이다.
최철한의 해법은 ‘가공할 독수의 무차별 연발’이다. 그야말로 돌부처의 금강불괴지신을 녹일 만한 지독한 독이다. 오늘 바둑 역시 전투가 발발하면서 최철한다운 독수들이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 흑4의 껴붙임 역시 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