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1로 바꿔치기가 완성됐다. 보다시피 흑이 엄청 남는 장사를 했다. 과연 이것이 신산(神算)의 주판알에서 나온 결과란 말인가.
백2의 접근. 이것으로 이 바둑의 2막이 시작됐다. 아니, 최철한에게는 후반전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전반전에 골을 충분히 넣었으니, 후반에는 충실히 지키기만 하면 된다. 지친 공격수 한명을 빼고 대신 수비수를 집어넣을 타이밍이다.
흑7로 젖힌 것이 실수였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은 수비를 강화할 시점. 최철한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다만 거친 본능의 숨결이 이를 허락하지 않을 뿐이다.
〈복기1〉의 흑1로 하나 늘어 두는 것. 굴복이지만 지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백2로 지키면 흑3으로 나간다. 흑이 쉽게 우세를 유지할 수 있는 그림이다. 그렇다. 이창호라면 틀림없이 이렇게 두었을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의 다른 면이다.
흑11은 버틴 수. 사실은 좌상귀 흑의 삶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백14에는 어쩔 수 없이 흑15로 좌상귀를 살았다. 〈복기2〉 흑1로 막았다가는 백2로 끝이다. 상변 백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좌상귀를 죽이고 둘 수는 없다.
최철한이 허리를 죽 펴며 반상을 훑어보았다. 표정이 밝지 않다. 바꿔치기가 이루어질 때만 해도 완승지세였건만 지금은 그리 형편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바둑이 혼탁해질 조짐이다.
‘중앙이다. 흑은 중앙에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저기 구멍이 있다. 맛이 나쁘다. 중앙은 역시 집을 짓기에 좋은 터가 아니다.’
흑19가 떨어졌다. 좋은 맥점이다.
호수 위의 잔물결이 어느새 거친 풍랑으로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생존의 싸움이다. 상대를 꺾는 것은 둘째 일이고, 우선은 풍랑으로부터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
흑11은 버틴 수. 사실은 좌상귀 흑의 삶을 돌봐야 한다. 하지만 백14에는 어쩔 수 없이 흑15로 좌상귀를 살았다. 〈복기2〉 흑1로 막았다가는 백2로 끝이다. 상변 백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좌상귀를 죽이고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