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뜯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적어도 외모에서는 이렇다 할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는 자세도 제각각. 각도의 문제인가 싶어 비스듬히 자리를 옮겨 바라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눈에 힘을 풀고 멍하니 보고 있자니 구름 속에서 햇살이 언뜻 비추듯 닮았다는 느낌이 다시 반짝였다. 왜일까.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사람. 흑과 백을 나누어 갈라놓고는 조금씩 광활한 바둑의 대지를 메워나가기 시작한다. 흑이 씨앗을 뿌리면, 이윽고 백이 비를 내린다. 대지에는 서서히 생명의 기운이 움튼다. 초반의 이 느낌이 좋다. 뜨겁고 격렬한 포옹, 입맞춤은 없지만, 서로의 그윽한 눈빛이 이들의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머지않아 지옥 같은 증오로 활활 타오르게 될 것이다.
이창호가 흑1로 다가섰다. 이 수는 백2의 꼬부림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본래 정석대로라면 〈복기1〉 흑1로 호구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도 2 정도로 벌리겠지. 하지만 흑은 이 백2의 벌림을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흑1과 백2를 교환해 두고 흑3으로 호구치니 흑이 기분좋게 선취점을 올린 느낌이다.
〈복기2〉처럼 흑●로 다가섰을 때 백이 1로 끊어 오는 것이 두려운가? 흑이 손을 뺀 곳이니만큼 백이 노려볼 법도 하다. 하지만 흑2·4로 단수치며 나오면? 그렇다. 흑2의 단수를 당하는 순간 백은 응수가 두절되고 만다.
흑5가 놓이는 순간 한 줄기 섬전이 내리꽂히듯 머릿속이 환해졌다. 그리고 나의 착시에 대한 이유가 거짓말처럼 뼈대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확실히 닮았다. 백마디의 말보다 단 한개의 말줄임표 속에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두 사람은 그 점에서 그림자처럼 닮았다. 나는 비로소 웃고 있었다.
이창호가 흑1로 다가섰다. 이 수는 백2의 꼬부림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본래 정석대로라면 〈복기1〉 흑1로 호구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도 2 정도로 벌리겠지. 하지만 흑은 이 백2의 벌림을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흑1과 백2를 교환해 두고 흑3으로 호구치니 흑이 기분좋게 선취점을 올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