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상의 정석은 너무도 어렵다. 프로기사라 해도 이 정석을 완벽히 꿰뚫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최철한은 그렇다 쳐도 40대의 유창혁이 이런 난해 정석의 급류 속으로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의 연구량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백1에 주목하자. 〈복기1〉 백1도 눈이 가는 수. 하지만 흑이 2로 패를 건 뒤 4로 붙여 가면 백은 패를 받기도, 그렇다고 받지 않기도 애매해 곤란해진다.

백9까지 바둑은 백이 약간 재미있게 됐다는 평들이 많았다. 일단 첫 몸싸움에서는 최철한이 기분을 냈다. 물론 승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유창혁이 흑10을 쏘아댔다. 독기가 묻은 매서운 수. ‘우지직' 하고 백의 뼈마디에 금이 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꿀릴 최철한이 아니다. 백11·13으로 강하게 끊었다. 이렇게 해서 또 싸움. 그야말로 초반부터 반상은 혈액이 흥건하다.

흑18로 〈복기2〉의 1로 두면? 백은 물론 2로 끊는다. 이것은 흑에게 대책이 없다. 즉 애당초 실전 흑1로 차단하는 수는 없다는 얘기. (백8은 △, 흑9는 4의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