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이 있는 날. 밤새 내린 비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오후로 접어들며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는 2007년 한국바둑리그에 출전할 선수 48명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다.

8개 팀의 선수 선발식. 이날 송태곤은 경기 한게임으로부터 3지명 선수로 선택받았고, 강동윤은 신생 울산 디아채의 2지명 선수가 됐다. 순수하게 끗발로만 치면 강동윤이 한끗 위.

송태곤은 수년 전만 해도 한국바둑리그에서 주장으로 뛰었던 인물. 세월은 빠르고, 현실은 냉엄하다.

바둑으로 돌아가자.

흑은 일단 상변에서 백집을 적당히 깨고는 4로 날아갔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것이 승부의 감이다.

강동윤의 손끝이 잠시 머뭇하는가 싶더니 백5로 받는다. 마음 같아서는 〈복기1〉의 백1로 받고 싶다. 함정이다. 흑은 2로 끊고 4로 늘 것이다. 백이 5로 흑 한점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미안하게도 ▲가 축머리다. 이건 백이 곤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