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용은 바둑도 평소 성품도 상당히 개성적인 인물이다. 밝음보다는 어둠의 영역에 침잠해 있는 스타일인데 좀처럼 속내를 읽기 어렵다.
바둑은 급락이 꽤 있는 편. 그런데 놀랍게도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박영훈으로 이어지는 4대 천황과의 상대전적에서 별로 밀리지 않고 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과연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백1이 놓이기까지 바둑은 백이 좋다. ‘과연 박영훈'이라고 그윽한 눈길을 보내줄 만하다. 그런데….

백3은 바둑이 우세하다고 보고 안전하게 둔 수. 흑 두점을 잡아 두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말년 병장이 떨어지는 낙엽에도 몸을 사리는 듯한데, 이왕이면 〈복기1〉이 어땠을까. 이렇게 두었으면 사실 흑으로서는 별 대책이 없다. 몹시도 괴로워진다.

최원용이 어둠이라면 박영훈은 밝다. 성격도 바둑도 밝다. 엘리트다운 반듯함이 매력. 투명한 안경알 뒤로 보이는 웃는 눈은 또 어떠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