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커졌다.

흑이 백을 향해 완전무결한 천라지망을 쳤다고 자부했건만 백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백1로 하나 들여다본 뒤 3·5로 붙이고 끊어 유유하게 퇴로를 뚫었다.

흑6을 내려놓는 주형욱의 손길이 부르르 떨린다. 낯빛 역시 탈색돼 버렸다. 그물과 함께 그의 마음이 갈가리 찢어졌다.

〈복기1〉의 흑1로 단수를 칠 수도 있지만 역시 백은 2·4로 탈출하게 된다.

이세돌은 단단해 보이는 백17의 모행마를 후회했다. 이 바둑을 통틀어 이세돌이 유일하게 후회한 수였다.

〈복기2〉의 백1로 날일자 보법을 밟아야 했다는 얘기. 흑22에 백이 23으로 지켰는데, 이것으로 인해 백이 ‘반 수' 정도 놀았다는 것이다.

주형욱이 허장회 도장의 동문 사제라는 것은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다. 후배들의 바둑을 보고 있자면 기보의 행간 사이로 그들의 어린 시절이 잉크처럼 번져나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