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소설 등의 뼈대를 구성하는 것을 흔히 플롯이라고 한다. 플롯이 약하면 스토리 자체가 힘을 잃게 마련. 좋은 작품들은 열이면 열 모두 플롯이 탄탄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바둑도 플롯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바둑에서는 어떤 플롯이 좋은 플롯인가?
바둑은 3막짜리 드라마다. 초반 포석의 1막이 지나면 중반 전투의 2막이 펼쳐지고, 그리고 종반 마무리의 3막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둑이다.
<복기1>
좋은 플롯은 1막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3막에서 이에 대한 대답을 빠짐없이 해줘야 한다. 바둑이라고 다를 게 없다. 대국자는 한판의 바둑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3막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1막에서 흑으로 3연성을 썼다면 ‘과연 흑은 호방한 중앙 바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3막에서 3연성의 애초 구상은 홀연히 사라지고 집만 밝히다가 엷어져 망했다면 이는 좋은 플롯이라 볼 수 없을 것이다. 초반에 힘을 주어 잔뜩 두터움을 쟁여 놓았는데 결국 변변한 싸움 한번 없이 집 부족이 돼 버렸다면 이 역시 플롯이 잘못된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이런 플롯의 감으로 바둑을 보면, 바둑이 더욱 재미있어진다.
실전 백11에서 주형욱은 결국 돌을 던졌다(10은 5의 자리). <복기〉의 흑1로 치중해도 이 백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170수 끝, 백 불계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