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황은 전신(戰神)이라는 또 하나의 별호에서 드러나듯 전투에 관한 한 당대의 신으로 군림하던 제왕이었다. 일평생 검만을 추구해 온 무인. 사람들은 그를 들어 ‘검의 끝을 보았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어 예전과 같은 무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는 여전히 세인들의 가슴속에 천하를 가른 한 자루의 검으로 깊이 각인돼 있었다.

진동규 역시 검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무인. 그러나 검황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검황의 검이 폭(暴)과 패(覇)라면 그는 완(緩)과 인(忍)에 자신의 검을 두었다. 그는 검을 휘두르기보다는 검을 사유하는 일을 더 좋아했다. 그것은 검인으로서, 길이자 흉이었다.

실전의 백1로 붙이자 흑은 2로 받았다. 백이 백3으로 느니 아무래도 흑이 답답해 보인다.

〈복기〉의 흑1처럼 젖혀서 반발할 수는 없었을까? 흑7로 패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흑에게 팻감이 없다. 순식간에 검황의 검이 일장 가까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검강의 푸른 빛이 더욱 짙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백5가 놓였다. 진동규는 순간 자신의 눈이 황홀해지는 착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