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의 끝은 백이 쥐고 있다.

백이 5로 는 것은 정수. 〈복기1〉의 백1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 흑은 기분좋게 4·6으로 몬 뒤 8로 중앙 백돌의 명줄을 끊는다.

드디어 검황의 검이 섬뜩한 이빨을 드러냈다. 흑을 잡겠다는 의지가 줄기줄기 뻗어져 나온다. 흑의 위기일발! 진동규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는다.

진동규의 검 끝이 만월처럼 휘어지는가 싶더니 흑16을 찔러왔다. 순간 검황의 낯빛이 변했다. 예기치 못한 반격. 아, 저게 있었군.

〈복기2〉의 백1로 나갈 수가 없는 것이다. 수순이 꽤 길지만 거의 외길의 싸움이다.
(6-2, 9-3의 곳 따냄)

치열한 공방전의 끝은 <복기3>의 흑22. 백 은 석점을 이을 수 없다. 응수가 없다(18-12, 21-15의 곳 따냄).

두 사람은 10여 장의 거리를 격한 채 서로 마주보고 섰다. 검황의 눈빛은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진동규 역시 눈을 반개하고는 자신의 검 끝에 시선을 주었다.

몇 차례의 격돌 끝에 두 사람은 조금 더 상대방을 알 수 있게 됐다. 힘과 지략, 그리고 기도(氣度). 두 사람은 모두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검황은 후학의 예기치 못한 날카로운 검예에, 그리고 진동규는 명불허전이란 옛말을 가슴 깊이 다시금 되새기고 있었다.

“그럼 슬슬 다시 시작해 볼까.”

검황이 빙긋 웃었다.

<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