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형세는 뒤집어졌다. 내내 주도권을 쥐어 온 백이 순식간에 흔들리고 말았다. 올인하다시피 했던 중앙 흑에 대한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탓이다. 그런데 흑1로 막은 수가 잘못됐다. 진동규는 피가 역류하는 고통을 맛보았다.

'실수다. 흥분하고 말았다.'

얼음 같은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그것은 분명한 흉조였다.

‘오늘 승부. 길(吉)보다는 흉(凶)이 많겠군.'

〈복기1〉의 흑1로 먼저 하나 쳐 둔 뒤 3으로 막아야 했다. 이것은 흑13까지 백이 안된다. 둘 곳이 없어져 버린다.

실전은 백6으로 뻗었다. 이것으로 중앙 백은 죽었다. 그러나 대신 우중앙에 백집이 크게 날 태세다.

〈복기1〉과는 천지차이의 그림이 돼 버렸다. 이것으로 차이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흑은 이제 안심할 수 없다.

실전 흑9는 깊다. 여전히 진동규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백10 자리 정도로 자중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백14의 반발이 검황답다. 백24로 끊기니 진동규의 검이 어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