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8과 백9를 본 스승이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진정한 기재들이로고. 가착이로다, 가착이야.”

흑10의 손 돌리기. 흑12로 백의 복부를 찔러가자 백은 13으로 먼 산을 바라본다. 찻잔 속에서는 은은한 다향이 번지고, 깊고 현묘한 선문답이 오간다.

그러나 스승은 백13에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은 아니다. 철한이었다면 〈복기〉 백1로 하나 더 들어갔을 터. 흑2로 받으면 백3으로 지킨다. 이것이라면 어떻게든 승부가 됐을 것이다.”

〈실전2〉가 놓이자 스승이 차 한 모금을 입에 담더니 제자를 향해 손짓했다. 제자가 놀란 눈을 했다.

“바둑은 155수까지 두어졌사옵니다만.”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하구나.”

스승이 주름진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바둑은 철한의 완승국이었을 터. 흠 잡을 곳이 없는 바둑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