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2로는 가끔 〈복기1〉의 흑1로 막고 싶은 유혹이 생기더라고.”

박영훈의 말에 원성진이 콧등에 주름을 잡으며 웃었다.

“백6까지 흑이 백을 잡을 수는 있지. 하지만 이건 잡고도 영 이상하잖아? 당연히 백이 좋지.”

“물론이야. 붉은 입술의 유혹을 외면하라! 그것은 실로 네 작은 영혼을 갉아먹으리니.”

“와우! 멋진데?”

복기에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의 주위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검토실에서 이들의 바둑을 지켜보던 동료기사들도 있고 바둑TV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 만찬 후의 디저트를 즐기듯 느긋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 승부는 끝났다.

“백9까지 백이 잘됐어. 이거 그러고 보니 초반부터 밀렸네?”

박영훈이 안경을 고쳐 잡으며 한탄했다.

“엄살은…. 바둑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뭘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