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밝힌 대로 이 바둑은 초반 수순이 며칠 전 두어진 한국바둑리그의 한판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당시 대국자는 이창호와 이영구로 흑을 든 이창호가 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이 2로 들여다본 데까지가 복사판. 여기에서 이창호가 드디어 흑3으로 변화를 구했다.

한국바둑리그의 진행은 〈복기1〉이었다. 흑이 1로 잇고 백은 2로 붙이는 변화. 흑9까지, 이창호는 이 결말이 별로 재미없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며칠 사이에 이창호는 흑3을 찾아냈다. 물론 연구의 결과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듯한 섬세한 패인의 분석, 그리고 한계상황의 극복을 위한 끊임없는 분투. 오늘날의 이창호는 이렇게 해서 ‘제조'된 것이리라.

흑3에 백도 4로 기세를 부렸다. 진노다운 노련함이다. 〈복기2〉 백1로 순순히 이으면 흑은 2로 쌍립을 서며 연달아 백의 약점을 노릴 것이다.

‘소리없이 밀린다. 강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