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흑이 좋다. 백으로선 참담한 기분이 들 것이다. 딱히 어디 한군데 잘못 둔 곳이 보이지를 않는데, 바둑은 슬금슬금 금이 가고 있다.

그러나 흑2로 젖힌 수는 완착으로 보인다.
〈복기1〉의 흑1로 먼저 젖힐 타이밍. 백2로 받으면 내친김에 흑3과 백4까지 교환해 두고 손을 빼 실전 흑2로 간다. 한눈에 딱 봐도 흑집이 넘치는 그림. 이것이면 흑의 무난한 우세가 지속됐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진동규는 흑2를 보더니 백3으로 좌변에 붙였다. 흑으로서는 두통거리를 하나 안게 생겼다. 생떼쟁이 백을 어찌 하면 좋을까.

그런데 백7이 너무 속력을 냈다. 과속딱지감으로, 설상가상 음주까지 걸린 판이다. 한마디로 패착이 돼 버렸다.

〈복기2〉의 백1로 막을 일이었다. 흑2로 이으면 백3으로 뛴다. 9까지 백이 좌변에서 틀을 잡아 버리면 똥줄이 타게 되는 쪽은 흑이다. 아래 위가 다 미생이라 만만치 않은 바둑이 돼 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