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4로 늘어둔 것은 〈복기1〉의 흑1로 젖히는 것이 부분적으로는 좋다. 하지만 백12가 워낙 빛난다. 그래서 실전 흑4를 선택했다.

바둑은 미세하다. 그것도 아주 겁나게.

백이 15로 끼웠을 때 흑이 16으로 얌전히 이었다. 〈복기2〉의 흑1로 반항하면 안 되는 걸까?

‘곤란하지. 백6까지 패가 돼 버린다.'

송태곤의 입이 살짝 비틀렸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 바둑은 291수만에 흑 1집반승으로 결말이 났다.
이렇게 해서 주형욱은 1승1패, 송태곤은 2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조 선두는 2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불멸의 이세돌'. 남은 것은 강동윤과 주형욱의 2위 싸움이 되겠다.

#YS 후일담

이 대국이 두어진 며칠 뒤 동문후배이기도 한 송태곤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마침 바둑을 검토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이날 바둑에 대해 물었다.
미세한 바둑이었지만 자신이 마지막에 반집 이길 수도 있었다고 했다. 과연 ‘낙관태곤'다운 대답이다.
예전과 달리 이런 미세한 바둑을 착착 잡아채지 못하는 것이 요즘 태곤이 부진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안타깝다. 태곤군이 회복돼야 한국바둑계의 허리에 살이 좀더 붙을 텐데. 어여 살아나라 태곤군!

<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