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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식장에 넣어두었던 위스키 병을 들고 왔다. 창문을 여니 맑은 새벽 공기 너머로 창공 한구석에 박힌 별 하나가 보인다. 그래, 너 빛난 별을 위해 건배.
흑1로 다가서니 백2로 뛴다. 흑3에는 다시 백4. 이렇게 툭툭 뛰는 행마는 보기엔 쉬워도 공부량이 어느 정도 쌓여야 막힘이 없다.
흑5로 빠지자 백은 6을 하나 활용하고 8로 사는 길을 구했다. 손을 빼도 될까? 어림없는 얘기.
〈복기1〉이 그 증거다. 당장 흑은 1·3으로 둔 뒤 5로 끊을 것이다. 악마의 키스처럼 차갑고 잔혹한 수. 백은 헐값에 영혼을 넘기는 수밖에 없다.
강해질수록 수는 교묘해진다.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환히 웃을 수 있는 자들. 그 웃음을 얻기 위해 승부사들은 젊음의 한 뭉텅이를 고스란히 바쳤다.
바둑은 물 흐르듯 두어야 한다고 배웠다. 늘 도도한 대하처럼 흐르고 싶으나 현실은 거친 격류를 원한다. 그 격류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살아왔다. 내게는 그 자체가 바둑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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