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시 스승은 제자의 무공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느리고 답답해 보이기만 했다. 쾌검이 반드시 완검에 비해 낫다 볼 수는 없었으나 스승은 일평생 쾌검을 닦은 자였다. 그리고 쾌검으로 천하를 오시하였다.
그런 그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지루함이 들 정도로 완만한 제자의 검이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비록 자신의 뒤를 이어 천하를 제자가 얻었다고 하나, 지금 역시 그는 제자의 검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안 하고 있었다.
백3으로 살짝 끼우기. 이런 모양에서는 이게 맥점이다. 거의 정석과도 같이 되어 있다.
흑4도 올바른 대응. <복기1> 흑1로 단수를 치는 법은 없다. 백2로 잇고 나면 3과 4의 자리가 맞보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나? 귀의 주인이 백으로 바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곽의 흑 모양에는 약점이 남았다. 흑으로선 이런 장사를 할 수 없다.
스승과 제자의 공통점이 있다면 실리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다만 그 추구하는 방법이 달랐다.
스승이 빠른 신법을 이용해 실리를 득한 뒤 뒤로 빠지는 바람과 같은 수법을 선용하였다면 제자는 느리지만 두터운, 그리고 섬세한 실리를 선호했다.
누구의 수법이 나은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물론 가릴 필요도 없었지만.
흑이 14로 는 것은 강수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스승이 <복기2> 흑1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