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하였다.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장강의 뒷 물결은 결국 앞 물결을 밀어내는 법이라고.

나는 그런 너에게 말하였다.

때로는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덮치는 경우도 있노라고. 오늘 바둑이 그러하지 않느냐고.

세상을, 그리고 세월을 비웃으며 비등하는 용처럼 역류를 타오르는 노영웅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목도하여 보라고.

백1로 걸치니 흑2로 협공을 하였다. 이때 백3의 협공.

너는 <복기1>의 그림을 내게 보여주었다. 백1로 두 칸 후련하게 중앙을 향해 뛰오르는 것. 흑이 2로 받는다면 백은 3으로 다가설 것이요, 흑은 4로 한 칸 뛸 것이다.

그러나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우하의 전장은 흑의 세가 강한 곳. 국지전일지언정 백이 흑과 전투를 벌일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전의 백3은 노련히 이를 피해간 것이다. 백은 바둑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은 사람. 바둑에 관한 한 신의 영역에 최대한 근접한 사람. 그래서 바둑으로 반신반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

흑을 쥔 자가 눈을 빛내고 있다. 그리고 흑4로 붙였다.

좌하를 탐하여 <복기2> 흑1에 손을 댈 수도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백에게는 2로 눌러가는 한 수가 있음을. 흑은 어깨를 짓눌려 3 · 5로 두어야 한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옹졸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실전의 흑4는 잘 두었다.

흑을 쥔 자는 뒷 물결이다. 서두르며 앞 물결보고 나아가라 나아가라 한다. 그가 나아가며 비운 자리는 스스로 채울 마음이다. 그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히려 앞 물결이 허연 송곳니 같은 포말을 일으키며 거칠게 역류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바둑은 재미있다.

<김영삼 7단> 1974ys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