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4강. 넉넉잡아 다섯 판을 두면 이번 대회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는 얘기.
지난 두 차례의 대회도 그랬지만, 이번 제3기 대회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힘든 고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 행복했던 대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4강에 오른 네 사람은 조훈현과 이세돌, 그리고 이영구와 홍성지이다. 앞의 두 사람, 그리고 뒤의 두 사람이 각자 결승행 티켓을 두고 싸우게 된다.
두 판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앞이 언제 보아도 좋은 스테디셀러라면 뒤는 풋풋한 젊음의 연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소극장 공연과 같다.
전자가 기세와 독기의 대결이라면 뒤는 한결 보는 이의 부담을 덜어준다. 순수한 기량과 기량의 맞부딪침. 어느 한쪽을 응원하기보다는, 그저 한 판의 바둑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런데 그것은 관객의 생각일 뿐, 두 사람은 조금도 동조할 마음이 없었나 보다. 이 바둑은 의외의 단명국으로 종국됐다. 홍성지 입장에서 보면 꽤 허망한 패배였다. 단 한번의 싸움, 단 한번의 패배. 그리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 났다. 승부의 여신이 이날따라 꽤 신경질적으로 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