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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둑을 두기 며칠 전 이영구가 그만 사고를 겪었다.
요즘 이영구는 유창혁 9단의 도장에 나가고 있는데 도장 연구생들과 축구를 하다 그만 넘어지면서 맨땅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고 만 것이다.
그 충격이 꽤 심했던지 이영구는 며칠간의 기억을 잃다시피 하고 말았다. 기억이 나는 듯 마는 듯, 마치 꿈을 꾼 것 몽롱하단다.
사고가 난 줄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는데 이영구가 전화를 해 왔다. 그와 나는 며칠 후 함께 축구경기를 보러 가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이를 확인하고자 전화를 한 것이었다. 약속을 한 것 같기는 한데 가물가물 하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의 사고 전말을 듣게 됐다.
그나저나 머리를 쓰고 사는 프로기사가 머리를 다쳤으니 걱정이 앞섰지만 이 바둑을 보고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어쩐 일인지 머리를 다치기 전보다 오히려 바둑이 더 활기가 넘쳐 보인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흑3으로 붙인 수가 좋다. 백4에는 흑5로 끼웠는데 이것 또한 기가 막히다.
<복기1>을 보자.
백1로 단수를 치면 흑은 2 · 4로 넘는다. 백이 빵따냄을 할 수는 있지만 흑이 얻은 실리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백△가 부스럼처럼 붙어 있다. 마음 같아선 손톱으로 짜내 버리고 싶을 지경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