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회 우승자이자 올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세돌은 그렇다 치고 조훈현이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하다. 놀라움을 넘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노장은 까마득한, 조카뻘이 되는 후배들을 하나 하나 손수 꺾으며 지금의 자리에 섰다. 그 중에는 '하드펀처' 원성진도 있었고, 유일무이의 제자 이창호도 있었다.
지금 그의 한 수에는 이들의 눈물이 섞여 있다. 그 의미를 알기에 조훈현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활짝 열어 놓았다. 힘껏 두어 눈앞의 괴물을 꺾고 싶다. 자신의 존재감으로 다시 한 번 천하를 경동시키고 싶다.
국후 조훈현은 백2를 후회했다. <복기1>처럼 그냥 백1로 우직하게 밀어버렸어야 했다는 얘기였다. 문제는 흑이 2로 나와 4로 끊는 수. 하지만 백은 기다렸다는 듯 5 · 7로 돌릴 수 있다.
흑도 이렇게 두어줄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나가서 싸우든가 해야 할 텐데 문제는 이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복기2>도 검토되었다. 백1에 흑이 2로 뒷걸음질 치는 수. 백은 3으로 하나 더 밀어 흑4를 허용한 뒤 백5로 삶을 위한 공작을 시작한다.
'백11까지 백은 언제라도 살 수 있지.'
조훈현이 아쉬워했다. 실전보다 이 그림이 백에게 좋은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