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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영구가 좋아."
그녀가 나른한 눈을 했다. 나로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눈이다.
"그래 봐야 상대는 이세돌이라고."
무게감이 다르다. 이영구가 밤하늘의 샛별이라면 이세돌은 한낮의 태양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견해에 동조해 줄 마음이 조금도 없는 듯 보였다.
"태양은 제왕의 상징일 뿐이지만 별은 꿈을 주잖아."
백1로 짚은 것을 국후 이세돌은 후회했다. <복기1> 백1로 늘어놓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흑이 2 정도로 훌쩍 벌리면 백은 3을 차지한 뒤 5로 다가선다.
실전은 흑이 2로 어지간히도 두고 싶었던 자리를 얻었다. 백3에는 흑4로 한 점을 돌본다.
이영구의 바둑에는 독특한 끈적임이 있다. 읽는 힘이 좋고 싸움에의 감각도 탁월하지만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기질이 엷은 피부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개울인 줄 알고 발을 디뎠다가 늪임을 뒤늦게 깨닫고는 당황하게 된다.
흑4에는 백5. 이세돌은 꾸준히 중앙에 투자를 하고 있다. 시선을 멀리 두고 있다. 반면 이영구는 오늘 최대한 현실에 근접한 바둑을 두려 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 믿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보여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