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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구도 이젠 형세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믿음은 낙관을 낳고, 낙관은 다시 여유를 이끌어낸다. 한 수 한 수마다 이영구의 여유가 지문처럼 묻어난다.
"어때? 이래도 이영구를 무시할 거야?"
그녀의 눈이 자신만만이다.
"무시는 내가 언제 …."
사실이다. 나는 그를 무시해본 일이 없다. 강한 후배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존재로 기억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결승전의 상대는 이세돌. 어쩐지 상대를 잘못 만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이세돌이 상대를 잘못 만났다.
흑2는 <복기1>처럼 두어도 그만이다. 흑1로 패를 해소해 버리는 것. 이렇게 두어도 흑이 좋다. 백은 팻감이 없는 것이다. 실전은 바둑이 좋은 이영구가 느슨하게 두었다.
흑8로 이은 것은 당연하다.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그녀에게 설명해 주기로 했다.
"<복기2> 흑1로 그냥 따내는 것은 큰일이 나지."
"무슨?"
"백2가 선수가 되거든. 이건 … 역전이야."
"와아!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실상 바둑은 더 볼 것이 없었다. 백11까지 백이 패싸움을 이겼지만 13으로 재차 삶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괴롭다. 설상가상 좌상귀 패싸움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