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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은 이세돌의 흐름. 하지만 모처럼의 한 방을 깃털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피해낸 이영구가 반격을 개시하며 바둑은 어려워졌다.
이세돌 바둑의 무서움은 상식의 궤를 마음껏 벗어난다는 점에 있다. 그가 상식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상식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그는 상식을 필요에 따라, 자신의 욕구에 맞추어 새롭게 조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것은 가히 깨달음의 경지에 다름 아니다.
흑8이 묘하다. 지금 불이 난 곳은 다름 아닌 중앙. 이 수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듯 한가로워 보인다. 문제는 작금 불이 난 집이 남의 집이 아니란 점이다.
흑으로선 어떻게든 백이 받아줄 것으로 믿었는지 모른다. 백이 손을 뺀다면 흑에게는 <복기1>의 맛을 노릴 수 있다. 흑11로 두면 귀를 깨며 넘어가는 이득을 볼 수 있다(이곳은 귀3수가 나는 자리여서 백 두 점을 삼킬 수는 없다. 직접 확인해 보시길). 하지만 이 이득이 중앙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니나다를까 백이 9로 손을 돌려버리니 난감하다. 중앙이 훨씬 더 급한 자리였던 것이다.
흑18도 짚어볼 만하다. 모양도 사나운 저 수를 굳이 두어야 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이 수를 게을리 했다간 <복기2> 백1부터 9까지 정신없이 당하게 된다. 이것은 흑의 파탄. 차마 볼 수가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