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특별인터뷰①] |  | | ▲ 인기사극「천추태후」를 연출하고 있는 신창석 PD. (사진/월간바둑 이주배) | | 1월 3일 첫 방영된 KBS드라마「천추태후」의 열기가 뜨겁다. 첫회 방송부터 전국 19.8%(TNS기준)의 시청률을 올리며 높은 관심을 받았고, 2회는 무려 23.1%를 기록했다. 평균 20%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드라마「천추태후」는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이 운명을 개척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하 역사드라마다.
‘아니, 바둑사이트에서 무슨 사극 얘기람?’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은 생각과 함께 페이지를 뒤로 돌리고 싶은 충동이 들것이다. 여기서 「천추태후」4회에 방영된 영상과 대본을 잠깐,

황보설: 언니는 어떤 사람과 혼인하고 싶어?
황보수: 광개토 대제. 그분같이 이 세상을 품에 다 품을 수 있는 남자와 일생을 함께 할 것이다. 너는?
황보설: 나는 함께 이 세상 아름다운 곳을 주유할 수 있는 분과 혼인하고 싶어. 그리고 음률을 아는 분이면 더 좋겠고. 그리고···바둑을 아주 잘 두는 분이 좋아.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황보수(아역-김소은)는 훗날 천추태후(역-채시라)가 되는 인물이고 황보수의 동생인 황보설(아역-박은빈)은 훗날 헌정왕후로 불리는 현종의 어머니다.
황보설은 “바둑을 아주 잘 두는 분과 혼인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극중에서 바둑에 조예가 깊은 왕욱(태조의 여덟 번째 아들, 역-김호진)과 혼인을 하게 된다.
바둑 두는 장면은 종종 드라마에서 어설픈 손놀림으로 등장하곤 한다. 스치듯이, 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도구로.
그러나「천추태후」4회에 담긴 바둑(사진 왼쪽)은 단순한 영상미를 위한 엑스트라가 아니다. “바둑을 아주 잘 두는 분이 좋아.”라는 대사만 봐도 바둑에 대한 사랑이 심상치 않다.
시대 배경을 고려해 특수 제작된 바둑알도 이 장면의 별미. 바둑을 주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연쯤으로 생각하는 듯한(?) 애정이 보인다.
이러한 장면을 연출한 ‘바둑사랑’의 주인공은 바로 신창석 PD. KBS TV제작본부 드라마1팀 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PD는 황금사과, 무인시대, 명성황후 등 KBS의 간판 드라마를 연출한 관록파다.
역사 드라마에 바둑이란 소재를 담은 신창석 PD를 여의도 KBS별관에서 만나봤다.


Q : 자기소개.
A : 안녕하세요? 신창석입니다. 현재 KBS한국방송 드라마팀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바둑은 사이버오로 3~4단 정도 둡니다.
Q : 드라마에 바둑을 출연시킨 배경.
A : 인생에는 가보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는 그런 것이 있지요. 바둑은 제가 못 다한 꿈이자 가보고 싶은 길입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는 나름 ‘바둑신동’소리를 들었거든요, 하하. 입단한 프로기사들처럼 그렇게 공부를 했더라면 저도 지금 바둑의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빌게이츠가 “사람들은 나를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했는가 하는 면에서는 실패한 인생이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지금 드라마 PD를 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못 다한 길에 아쉬움이 남아 이렇게 드라마에 바둑을 등장시키게 된 것 같네요.
기자 : 대본을 쓴 작가도 바둑을 아는지?
신PD : 작가분도 저와 비슷한 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Q : 바둑과의 인연.
A :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일 겁니다. 그 당시에는 놀 거리가 많지 않았어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가 고작이었는데, 이 시기에 바둑과 장기는 머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놀잇감이었어요.(웃음)
동네아저씨한테 25점을 놓고 배운 것이 바둑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 뒤로 바둑에 푹 빠져 틈만 나면 바둑을 두었지요.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는데, 1년 뒤에 그 아저씨와 맞대결을 펼쳐 이겼던 기억이 납니다. 열심히 했더라면 입단 했을지도 모르는데···(웃음). 중학생이 되면서 학교공부에 매진하느라 바둑을 접었지요.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어 다시 바둑을 접하게 되었고요. 비록 바둑의 길을 가지는 못했지만 틈틈이 바둑을 둡니다.
Q : 연구생 자녀를 두고 있다 들었는데?
A : 네, 지금 연구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프로가 된 것도 아니고 해서 말씀드리기가 조금 그러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기자 : 자녀에게 프로기사의 삶을 권유했는지?
신PD : 바둑은 정신건강에도 좋고 두뇌개발에도 좋은 유희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에게 바둑을 배워볼 것을 권했는데 다행히도 좋아 하더군요.
Q : 드라마 속 인물이 바둑을 좋아한다는 설정, 실화일까?
A : 고려사 기록에 보면 경종이 바둑을 즐겼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유교적 관점에서는 바둑을 천한 놀이로 분류하곤 하는데 옛날 왕들은 사실 바둑을 굉장히 즐겨 뒀거든요. 바둑은 귀족층이 즐겼던 ‘유희’이자 ‘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동양3국 중 바둑최강국인데도 불구하고 바둑을 홀대하는 경향이 있어요. 뿌리가 약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드라마나 매스컴을 통해 바둑이 자꾸 노출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Q : 바둑 돌 놓는 장면, 어떻게 연출했을까?
A : 돌 하나 놓는 것만 봐도 이 사람이 고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요. 그래서 바둑 두는 장면은 특별히 프로기사를 섭외해 대역을 썼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그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바람에 수고해준 프로기사에게 굉장히 미안하네요···. 이제 곧 신애 씨가 바둑 돌 놓는 장면이 방영될 텐데 그 때도 대역을 쓸 생각입니다.
Q : 바둑드라마의 연출이 어려운 점.
A : 바둑은 정적인 게임입니다. 차라리 춤이라고 하면 드라마로 표현하기 쉬워요. 적당한 음악과 영상미를 더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바둑은 영상으로 표현하기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그 부분이 어려운 것 같아요.
Q : 바둑과 드라마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
A : 음···.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 봤습니다.(웃음) 한 길을 가야 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바둑과 드라마 모두 처절할 정도로 집념을 필요로 하고 전체를 보는 탁월한 균형감각이 필요로 하지요.
바둑의 1인자는 전체적으로 국면의 조화를 이끄는 힘, 균형감각이 뛰어나지 않습니까? PD도 그렇습니다. 연기자들과 스태프, 음악, 영상 등 여러 가지를 자신의 뜻에 맞게끔 한곳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해요. 한 명이 튀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중요하지요.
Q : 바둑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 있는지.
A :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고스트 바둑왕」을 드라마로 제작하고 싶습니다. 상황이 허락 한다면···.(웃음)

“바둑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는 말속에서 입단의 꿈을 드라마로 이루고자하는 그의 소망이 묻어나는 듯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한 신창석 PD의 말에서 다시 한번 그의 ‘바둑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침체된 바둑시장이 예전처럼 다시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이도윤 (dylove0401@cyber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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