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내제자'일 뻔했지
 

조훈현 9단과 김지석 9단은 사제가 될 뻔한 사이다.

조훈현은 김지석이 6살 때 넉점지도기를 둔 적 있다. 김지석의 재능은 조훈현을 아주 만족시켰다. 어린 나이의 이창호 9단 재능을 일찍 발견했던 조훈현이었지만 이창호의 기풍 자체는 조훈현과는 정반대였다. ‘끊고 찌르고 싸우는’어린이 김지석은 조훈현을 흡족하게 할 만했다. 조훈현은 김지석의 기재를 좀 더 살펴보고 내제자로 들일지를 살펴보기 위해 자신에 집으로 데려와 테스트 기간을 갖는다. 김지석은 이창호에 이어 조훈현 제2의 내제자가 될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지석은 조훈현의 집으로 들어간 지 열흘 만에 나온다. 산만하다는 게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은 흘렀다. 김지석은 프로가 되고 난 뒤에도 어린 시절의 기풍을 똑같이 갖고 한국랭킹 2위에 올라 있다. 60대가 된 조훈현은 김지석과 36살 차이가 난다. 제자가 될 뻔했던 김지석과 13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마주 앉았다. 2013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3라운드(32강전) 격돌. 지금까지 공식대국에서 두 번 만난 적이 있었다. 2010년 십단전 본선과 2011년 농심신라면배 선발전 예선결승에서였는데 두 번 다 김지석이 이겼다.



▲ 스승과 제자가 될 뻔한 조훈현(오른쪽)과 김지석.
올레배에서 조훈현과 마주한 김지석의 행마는 평소 답지 않게 얌전했다. 하변과 우변이 걸린 초반 포석에서 조훈현이 실패했지만 이내 강력한 전투를 벌이면서 비슷해졌다. 그러나 조훈현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를 두고 만다. 우상귀를 부수자고 온 김지석의 수를 받지 않고 중앙을 밀어간 것이다. 중앙은 어려운 곳이다. 김지석은 조훈현의 우상귀에 무혈입성했고 실리로 크게 앞섰다. 우세해진 김지석은 좀처럼 무리를 하지 않았다. 중반에서도 종반에서도 조훈현은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바둑은 끝이 났다. 김지석은 백으로 292수 끝에 7집반승을 거뒀다. 두 사람은 긴 복기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32강전은 거의 마무리됐고 박영훈vs이원도 대국 한 판만을 남기고 있다.

olleh배 본선의 모든 대국은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하며 아이폰,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에서 <오로바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전할 수 있다.

2013 olleh배 상금은 국내 최고금액이다. 총규모 8억원에 우승상금이 1억 2천만원(준우승 상금 5,000만원)이다. KT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한다. 지난기엔 이세돌 9단이 결승에서 최철한 9단을 3-1로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