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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규, 강인한 승부호흡으로 박정환에게 역전승
5라운드(8강) 상대는 김지석
이춘규 5단이 한국랭킹1위 박정환 9단을 침몰시켰다.
17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펼쳐진 2013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4라운드(16강)에서 해당라운드에 오른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은 16위 이춘규가 1위 박정환을 261수 만에 흑불계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olleh배는 매 라운드 전달 기준 최상위 랭커와 최하위 랭커가 대결하는 방식이다. 다음 상위 차순위는 하위 차순위 랭커와 대진이 정해지는 대진이어서 상위랭커에게 이점이 있다. 대신 이번 대국처럼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에 흥미를 안겨주는 기전이다.
중반 초입밖에 되지 않았는데 박정환은 유난히도 단단히 뒀다. 마치 이미 이긴 경기라는 듯한 태도였다. 얼마 뒤 중앙에서 이춘규의 착각마저 나오자 박정환은 더 유리해졌고 더 조심스러워졌다. 사고만 나지 않으면 승리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싸울 마음이 없어요. 두텁게만 두면 (상대가) 제풀에 지칠 것이란 생각이죠.”
김성룡 바둑TV 해설자는 이렇게 박정환의 심리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해원 진행자와 함께 박정환의 균형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이세돌 최철한 김지석 9단 같은 기사들처럼 강렬하게 떠오르는 색채는 없지만 균형 감각 하나만큼은 일품이죠.”
해당라운드랭킹 차이, 박정환의 치밀함 등 갖가지가 이변이 나오기 어려운 조건들뿐이었다. 그러나 이춘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실리를 지켜내면서 중앙 대마를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박정환의 공격을 강인하게 버텼다. 보통이라면 자포자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천하의 박정환도 이에 질렸을까. 수읽기 실수를 했다. 이 순간을 이춘규가 놓치지 않았다. 좌변을 뻥뚫어버리는 엄청난 전과를 거둬내면서 완전히 역전됐다.
끝내기가 이춘규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이 한 가지 변수였으나 이춘규는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제법 큰 차이를 벌려 박정환의 항서를 받아냈다.
지난 8월말 3라운드에서는 조한승을 상대로 집념의 반집승을 거둔 데 이어 박정환이라는 최강자까지 연거푸 꺾은 이춘규는 다음 5라운드에서 한국랭킹 2위 김지석과 맞닥뜨린다. 산 넘어 산이다. 박정환에게 2패를 당하다가 첫승을 거둔 이춘규는 김지석에겐 3패를 기록하고 있다.
국후 이춘규는 “한국랭킹 10위권 안쪽의 기사들에게는 도무지 판맛을 못 보고 있었다. 더구나 한국랭킹1위 박정환 9단과의 대국이어서 아무런 기대 없이 마음을 비우고 뒀는데 이겨 정말 기분이 좋다.”면서 “정말 오랜만에 8강에 들어 만족스럽다. 다음 상대 김지석 9단과 5라운드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 국후 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춘규.
olleh배는 국내기전 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랭킹 차등시드제’와 ‘매 회전별 자동대진,‘본선 100걸전'등의 파격적인 대회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예선에는 시드배정자 21명을 제외한 프로기사와 64강 토너먼트(연구생 34명 + 입단 포인트 상위 6명 + 아마랭킹 24명)로 열린 아마선발전 통과자 8명 과 프로기사 267명이 출전했었다
2013 olleh배 상금은 국내 최고금액이다. 총규모 8억원에 우승 상금이 1억 2,000만원(준우승 상금 5,000만원)이다. KT가 후원하고 한국기원과 바둑TV가 공동주최하며 제한시간은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를 준다. 지난기 결승에선 이세돌 9단이 최철한 9단을 3-1로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 16강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국내최대기전 2013 olleh배 바둑오픈챔피언십.

▲ 3라운드에서 조한승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이춘규가 이번엔 거함 박정환을 침몰시켰다.

▲ 중반 수읽기 착각으로 8강 진출이 좌절된 박정환.

▲ 중반, 박정환이 유리한 바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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